주민 협의 후 올해 2차례 훈련 진행…군 시설물 잇단 철거
포항 화진훈련장 민·군 갈등 해소 조짐
경북 포항 화진훈련장을 둘러싼 민·군 마찰이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포항시와 육군 50사단에 따르면 50사단은 이날 포항 북구 송라면 화진훈련장 내 구조물 2개 동(훈련장 A·B동)을 부순 뒤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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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민·군 상생 협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 구조물을 없앴다"고 밝혔다.

50사단이 화진훈련장 내 시설물을 철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 훈련장을 둘러싼 담과 철조망을 철거했고 올해 4월 훈련장 내 시설물인 강철동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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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이 훈련장에 들어올 수 있는 부담을 안고서도 훈련장 담을 없애고 일부 시설을 부순 이유는 훈련장을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북구 송라면 주민은 지난해부터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50사단이 사격훈련장으로 사용해온 화진훈련장을 철거하고 군사시설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0사단은 1982년부터 북구 송라면 화진리 화진해수욕장 옆 해안에 있는 화진훈련장을 사격훈련장으로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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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명칭만 훈련장이지 사실상 군 간부 휴양소로 사용된다"고 주장해왔다.

화진해수욕장 해안선 총 1천600m 가운데 42%인 680m를 화진훈련장이 차지해 관광객 유치나 조업 등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주민 주장이다.

반면 50사단은 사격훈련을 위해 훈련장과 군사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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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민 요구를 고려해 부분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주민과 군의 마찰이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군이 지난해 담을 철거했음에도 주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올해 4월 일부 시설을 더 철거한 뒤 송라면 발전협의회, 경찰, 시·도의원과 만나 상생안 협의에 들어갔다.

아직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민·군은 군사시설 유지와 부분 개방 등과 관련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협의를 시작하면서 훈련장 반대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철거했고 군은 주민 요구에 따라 화진훈련장 이정표를 철거했다.

50사단은 주민 협의를 거쳐 올해 4월 20일에는 박격포 조명탄 사격훈련, 6월 1일에는 지·해·공 합동훈련을 했다.

지난해의 경우 주민 마찰이 이어진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지 못했다.

50사단 관계자는 "이번 추가 철거는 군이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주민과 군 사이에 협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화진훈련장 민·군 갈등 해소 조짐
포항 화진훈련장 민·군 갈등 해소 조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