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쓰레기 팬데믹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을까? 감염병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은 생태계가 균형을 잃은 데 있다. 생태계 파괴 문제는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환경오염 등 다른 위기도 언제든 일으킬 수 있다.

요즘 우리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걱정거리 중 하나가 쓰레기 문제다. 거리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이제는 강가나 해안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 과다로 미세 플라스틱은 미세먼지와 더불어 이미 우리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난지도를 볼 수 있다. 이곳은 1992년까지 서울시에서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다. 이후 인천 수도권 매립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2025년이면 이곳 역시 한계에 도달해 종료될 예정이라 한다. 감염병 발생이 반복된 역사를 통해 예상됐듯 쓰레기 위기 역시 예정된 미래다.

유엔은 쓰레기 문제에 대해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쓰레기를 최소화하도록 제품 생산을 규제하고, 제품을 가능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성공하려면 쓰레기를 바라보는 인식과 생활방식의 변화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쓰레기에 대한 과학적인 교육과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 함께 쓰레기 분류부터 처리에 대한 교육을 단계적으로 받는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배출 기준과 제도 또한 갖추고 있어 쓰레기 관리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가 형성돼 왔다.

일부 선진국의 거리에서는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다. 이는 교육을 통해 쓰레기를 집에 가져가는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 거리에도 쓰레기통이 사라진 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거리에 쓰레기가 더 쌓이고 혼란만 가중됐다. 적절한 교육과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사례다.

우리는 그간 교육보다는 캠페인에 의존해 왔다. 명확한 기준 없이 무조건 쓰레기를 줄이자고 강요하는 방식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쓰레기 분류 및 관리 시스템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은 재사용 혹은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다. 다만, 이는 환경오염과 보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활동의 예처럼 정부가 주도해 쓰레기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재사용·재활용 정책을 강제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쓰레기는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크게 우리 삶을 위협할 것이다. 거리두기가 습관화돼 이제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하듯이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시작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노력하게 하는 것이 쓰레기 위기를 대처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