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신경 써야해 피로감 2배"…'나다움' 추구 소신파도
방역 완화에 출근명령…직장인들 벌써 회식·꾸밈 걱정
서울 송파구에 사는 여성 직장인 남모(28)씨는 그동안 오전 8시50분에 맞췄던 알람을 지난주부터 7시로 앞당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넘게 계속되던 재택근무가 끝나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게 됐기 때문이다.

남씨는 27일 "직장까지 거리는 1시간 정도지만 화장하고 옷을 고르는 등 출근 준비를 해야 해 알람을 2시간가량 당겼다"고 했다.

그는 "거리두기 완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에서는 미뤘던 회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며 "마스크로 민얼굴을 가리던 것도 회식으로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방역수칙도 완화될 예정인 가운데 재택근무하던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은 일상의 회복을 반기면서도 회사 복귀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재택근무가 이젠 '루틴'이 됐는데 다시 출퇴근에 시달려야 하는 데다 회식과 꾸밈 노동까지 벌써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성 직장인 진모(29)씨는 최근 회사에서 '7월부터 전원 출근' 방침을 공지하자 화장품부터 샀다.

진씨는 "1년여 만에 예전에 쓰던 화장품들을 다시 샀는데 생각보다 돈이 너무 많이 나와 놀랐다"며 "하고 싶지도 않은 화장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방역 완화에 출근명령…직장인들 벌써 회식·꾸밈 걱정
남성 직장인도 회사로 출근하는 상황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한모(31)씨는 "직장 복장 규정이 보수적인 편이라 여름에도 정장을 입는다"며 "다시 출근을 시작한 후로는 다음날 입을 셔츠를 다림질하느라 매일 저녁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직장인 가르마'를 세팅하고 면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근무 외 외모와 복장까지 신경 써야 하니 피로감도 2배가 됐다"고 했다.

반면 거리두기 완화로 일상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더라도 옷차림이나 화장 등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나다움'을 추구하겠다는 소신파도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는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오히려 개인의 취향이나 생활방식이 보호받았다고 여기는 이들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송모(32)씨는 "처음엔 마스크가 답답했지만, 이것도 적응되니까 오히려 옛날엔 어떻게 '풀메'(풀 메이크업)를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올해까진 백신을 맞아도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대학생 김보람(24)씨도 "사회와 거리를 두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자연스러워서 앞으로 쭉 이렇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