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부터 '야인시대'까지, 옛 드라마들이 레트로 트렌드를 타고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과거 작품들을 본 적이 없는 10~20대는 유튜브를 통해 옛 작품들의 영상을 접하면서 신선함을 느끼고, 장년층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케이블 TV 채널을 통해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수많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중인 구작 드라마들은 사실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가성비'를 고려해 편성한 것이지만,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져 화제성을 증폭하는 데 공을 세운 셈이 됐다.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등으로부터 구작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회당 60만~4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신작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면서도 수요가 꾸준히 있어 중소 방송사들로서는 효율적인 선택이다.
전통 매체와 새로운 플랫폼에서 구작들이 소비되면서 작품들은 물론 구작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다시 주목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화제성이 높아지면 아예 과거의 추억을 활용해 새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MBC TV '다큐플렉스'에서 선보인 '전원일기 2021'이 그런 경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 배우들이 20년 만에 다시 모여 '전원일기'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을, 최근 이 작품을 접한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겼다.
출연을 고사하다 5개월에 걸친 제작진의 설득 끝에 출연한 김혜자가 "그 순간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내가 뭐라 그래도 그때같이 아름다울 수가 없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고, 세 며느리를 연기했던 고두심·박순천·조하나와 김 회장네 둘째 아들 유인촌이 만나는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이 7.9%(닐슨코리아)까지 치솟기도 했다.
'야인시대' 역시 꾸준히 유튜브와 케이블을 통해 시청되는 작품 중 하나다.
'야인시대'는 '사딸라' 김영철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데 이어 안재모까지 다시 보게 만들었다.
안재모는 최근 카카오TV '야인 이즈 백'을 통해 과거 김두한 캐릭터와 이미지를 예능 요소로 활용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처럼 옛 드라마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다시 인기를 얻고, 2차 창작물까지 탄생하는 배경으로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꼽힌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27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콘텐츠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장르극 등 특정 콘텐츠들로 쏠리는 현상도 있다"며 "겉보기엔 촌스럽고 화질도 좋지 않아도 과거의 콘텐츠들이 주는 새로움이 젊은 세대들에게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트콤이나 사실극이 별로 없고 조밀한 반전의 구조를 가진 장르극이나 구미호·도깨비·초능력자가 나오는 판타지극이 대부분인데 사실극에 대한 그리움도 좀 있을 것"이라며 "구작들이 현재 드라마 시장에서 빈 요소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구작 드라마 시청을 '인문학 고전읽기'에 비유하는 해석도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에는 소비자가 능동적이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특히 MZ세대는 가치지향적 소비를 하는데, 이 가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명작 찾기'다.
과거와 대화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인문학 고전을 찾아 읽듯 구작 드라마를 찾아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