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민주당 국제위원장·친중 성향 신민당 주석 인터뷰
빈과일보 폐간에도 '당국 탄압'과 '합법 집행'으로 엇갈려
'홍콩보안법 1년' 상반된 평가…"침묵시켜" vs "안전해져"
"사람들을 침묵시켰다" vs "홍콩이 안전해졌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오는 30일 시행 1년을 맞는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 사회에서는 이 법으로 예전의 자유로운 홍콩은 사라졌다는 비판과 홍콩의 안정과 번영이 약속됐다는 지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는 26일 홍콩보안법 1주년을 맞아 홍콩 정계에서 영향력이 큰 두 여성 정치인의 생각을 물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의 에밀리 라우(劉慧卿·69) 국제위원회 위원장과 대표적 친중 정치인인 레지나 입(葉劉淑儀·71) 신민당 주석이다.

같은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답변은 전혀 달랐다.

'홍콩보안법 1년' 상반된 평가…"침묵시켜" vs "안전해져"

-- 홍콩보안법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대파 척결을 위한 목적인가.

▲ 홍콩보안법의 목적은 국가안보 수호인데, 그 효과는 많은 사람을 침묵하도록 위협하고 자기 검열을 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발언의 자유, 시위와 저항의 자유가 영향을 받고 있다.

일부는 서방국가로 망명을 했고, 지금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우려하는 많은 이들이 이민을 갔거나 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에밀리 라우, 이하 라우)
▲ 홍콩에는 이미 영국 지배시절부터 반역·폭동선동·간첩행위·국가기밀 절도 등을 국가안보 위협 행위로 법령에 규정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여기에 부족한 점을 메운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어떠한 범죄적 의도도 없는 보통의 홍콩 시민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홍콩보안법으로 안전과 행복을 느끼며 사는 많은 외국인과 홍콩인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홍콩보안법 시행 후 법과 질서, 안전과 안보가 회복돼 안도하고 있다.

(레지나 입, 이하 입)
'홍콩보안법 1년' 상반된 평가…"침묵시켜" vs "안전해져"
-- 일각에서는 홍콩보안법이 모호하고 가혹하다고 지적한다.

▲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과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들 중 일부는 재판을 받지도 않고 유죄가 인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정당 입당, 선거 출마, 시위 참여와 같은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대체 무엇이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지 않았음에도 이들이 자신들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그만큼 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라우)
▲ 법 조항은 다양한 만일의 사태를 다뤄야하기 때문에 광의로 표현됐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은 많은 다른 나라의 법 조항과 비교해 더 정확하고 덜 가혹하다.

예를 들어 호주의 간첩행위에 관한 법에서는 훨씬 더 넓은 범위로 간첩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간첩과 외국의 간섭 행위에 대해서는 '영연방과 국가 혹은 영토 간의 관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어떠한 출판 행위' 혹은 '연연방이나 국가에 대한 신뢰나 믿음 상실을 초래하는 행위'가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의 문구가 이보다 더 명확하고 덜 모호하다.

(입)
'홍콩보안법 1년' 상반된 평가…"침묵시켜" vs "안전해져"
-- 경찰은 6.4 톈안먼 집회를 금지하면서 홍콩보안법을 거론했다.

앞으로 홍콩에서 집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나.

▲ 지난해 홍콩보안법이 시행됐을 때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극히 일부 소수에만 해당 법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는 이 법이 정치 활동가, 학자, 기업가, 연예인, 교사, 전문직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됐다.

이 법의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명단은 너무나 길다.

100명 이상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법원은 그들 대부분에 대해 보석을 불허했다.

그런 상태에서 그들의 재판은 수개월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는 투쟁을 계속하겠지만 체포되고 수감될 위험이 있다.

(라우)
▲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향후 해당 집회의 성격에 집회 개최여부가 달려 있다.

개인적인 슬픔과 애도를 표현하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촛불집회가 정부 전복을 위해 대중을 선동하며 정치적으로 변한다면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2019년 반정부시위는 국가를 전복하겠다는 폭력 시위였고 반중 시위가 됐다.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매주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입)
'홍콩보안법 1년' 상반된 평가…"침묵시켜" vs "안전해져"
두 정치인의 180도 다른 입장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폐간된 빈과일보 사태를 통해 단적으로 확인된다.

라우 위원장은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과일보의 폐간을 아쉬워하며 빈과일보 직원들을 응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를 '친구'라고 부르는 그는 현재 징역 2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라이를 종종 면회 한다.

그는 "당국의 탄압으로 빈과일보가 폐간됐다"고 말했다.

반면 입 주석은 경찰이 빈과일보를 압수수색한 다음날 성명을 통해 "빈과일보 사태와 관련해 당국이 홍콩보안법을 이용해 반대파를 탄압하고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옳지 않다"면서 "경찰은 증거에 따라 법을 집행할 것이며,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는 잘 살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일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빈과일보는 홍콩 언론의 자유를 대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남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