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슨 '비 한국인' 중 최고 궁사…'태극궁사 킬러'
엘리슨 천적은 김우진, 상대 전적 6승 1패
[도쿄 라이벌] ② 김우진 vs 엘리슨
미국 남자 양궁 대표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브래디 엘리슨(33·미국)은 10년 넘게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펼쳐온 선수다.

2010년 5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세계 랭킹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현재 태극궁사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입상 기록도 눈부시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1개를 포함해 총 18개의 메달을 따냈고, 월드컵(파이널 포함)에서는 금메달 28개 등 총 55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월드컵에서는 개인전에서만 총 8개의 금메달을 따냈는데,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오진혁(현대제철)과 김우진(청주시청)은 월드컵 개인전에서 엘리슨보다 적은, 각 3개와 2개의 메달을 따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내부 경쟁'의 수준 차가 매우 커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호주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이기식 감독이 미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10년 넘게 엘리슨을 지도하고 있다.

타고 난 '힘'에 이 감독으로부터 배운 한국 양궁의 '기술'을 더한 엘리슨은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아 '태극궁사 킬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처음 출전한 2012 런던 대회 개인전에서 2회전 탈락했고, 단체전 준결승에서는 한국을 꺾고 결승에 올랐으나 이탈리아에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도쿄 라이벌] ② 김우진 vs 엘리슨
2016 리우 대회에서는 한국 양궁의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

엘리슨은 개인전 준결승에서 구본찬(현대제철)과 슛오프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구본찬은 결국 우승을 차지했고, 엘리슨은 3~4위 결정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따냈다.

엘리슨은 단체전에서도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엘리슨은 도쿄에서만큼은 반드시 '세계 최강'임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굳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가진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화살 한 발, 한 발을 쏠 때마다, 모든 훈련 프로그램마다 오직 금메달을 목에 거는 상상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엘리슨이 가장 어려워하는 상대는 김우진이다.

엘리슨이 한국 선수들의 천적이라면, 김우진은 엘리슨의 천적이다.

김우진은 엘리슨과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7차례 만나 6번 이겼다.

10년 전인 2011년 5월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가진 첫 대결에서만 졌을 뿐, 이후 내리 6연승을 기록 중이다.

[도쿄 라이벌] ② 김우진 vs 엘리슨
현재 김우진의 랭킹은 5위로 엘리슨보다 4계단 낮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않아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없었기에, 랭킹 격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리우에서 단체전 금메달은 목에 걸었으나, 개인전에서 2회전 탈락했던 김우진은 도쿄에서 전관왕을 노리고 있다.

박채순 한국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비 한국인 중 최고의 남자 궁사인 엘리슨은 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상대임이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김우진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 기량이 엘리슨에 객관적으로 앞서며, 정신력도 더 강하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것은, 결국 엘리슨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