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궁사' 김제덕, 한국 남자 양궁 최연소 올림픽 메달 도전
강채영 '리우 선발전 탈락' 아픔 딛고 금메달 정조준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양궁의 금메달 기대주로 꼽히는 김제덕(16·경북일고)은 양궁인들이 '천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선수다.

20년 전 임동현, 10년 전 김우진(이상 청주시청)처럼 '고교궁사' 타이틀을 달고 '형님'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쳐 보이더니, 최종 선발전에서 3위에 오르며 올림픽 대표팀에 당당히 뽑혔다.

김제덕은 이번 올림픽을 그저 '경험을 쌓는 무대'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

내친 김에 한국 남자 양궁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렸하다.

이달 초 도쿄 올림픽 전초전 성격으로 광주에서 열린 2021 아시아컵 남자 개인전에서 김제덕은 당당하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생애 처음 출전한 성인 국제대회에서 김제덕은 세계 최고 궁사로 손꼽히는 김우진과 결승에서 맞붙었다.

김제덕은 거침없이 한 박자 빠르게 활시위를 놓으며 김우진을 압박했다.

박채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해외의 우수한 선수들도 우진이랑 붙으면 심리적으로 밀리곤 하는데, 제덕이는 마치 옆에 우진이가 없는 것처럼 활을 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제덕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성격'이라고 양궁인들은 입을 모은다.

낙천적이지만 게으르지 않고, 거침이 없지만 꼼꼼하다.

무엇보다 한 발, 한 발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대범함을 타고났다.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21~23일 진천선수촌에서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비슷한 '세트'를 마련해놓고 실전처럼 진행한 특별훈련에서 김제덕은 개인전에서는 3위에 그쳤지만, 장민희(인천대)와 짝을 이뤄 출전한 혼성전에서는 김우진-강채영(현대모비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김제덕은 매우 직선적이고 과감한 경기 스타일을 지닌데다 해외에 노출이 거의 안 돼 있어 단체전에서 '히든카드' 역할도 잘 해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자 대표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부동의 세계랭킹 1위(현재 2위)를 유지한 강채영이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강채영의 강점은 힘과 집중력이다.

보통 여자 궁사들은 장력이 38~40파운드인 활을 쓰는데, 강채영은 43~44파운드짜리를 당긴다.

화살에 힘이 더 많이 실리다 보니 바람에 영향을 덜 받는다.

이번 대회 양궁 경기가 열리는 유메노시마 경기장은 바닷가에 있어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이어서 강채영의 파워가 더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채영은 집중력도 좋아 대진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안정된 경기력을 보인다.

월드컵(파이널 포함)에서 강채영은 통산 15개의 금메달을 따냈는데, 은메달은 1개뿐이다.

결승전 승률이 93%나 되는 셈이다.

강채영은 그간 운이 많이 안 따른 선수다.

2016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아깝게 4위를 했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바람에 2번이나 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했다.

박 총감독은 "강채영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라면서 "훈련할 때 남다른 각오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