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켜고 올리는 생명을 위한 기도…'지구는 엄마다' 채널A 10주년 다큐, 발리 문화 '녜피' 조명…26일 첫 방송
천국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힌두교 사카 달력의 새해 첫날이면 하루가 사라진다.
발리인들은 이날은 모든 행동을 멈추고 '엄마' 지구를 위한 기도로 세상을 채운다.
이를 '녜피'(Nyepi)라고 부른다.
채널A는 창사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프라임 다큐멘터리 '지구는 엄마다'를 통해 그동안 다큐로 한 번도 제작된 바 없는 녜피를 다룬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어머니 지구의 축복과 사랑 속에서 살아갑니다.
땅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위의 무언가를 짓밟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힌두교인 우리는 1년에 단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게 녜피입니다.
" 우붓 힌두 사제 끄뚜 자티의 말이다.
발리인들은 녜피로 인간의 빛이 꺼진 하늘에 비로소 신의 빛인 은하수가 흘러 지상에만 머물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하늘을 향한다고 말한다.
또 바람은 지구의 숨소리이며, 탁한 물은 누군가를 씻겨준 결과일 뿐 세상에 더러운 물은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이들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2부작 '지구는 엄마다'는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지금, 지구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바라보면서 자연의 시간을 믿는 발리인의 철학에 주목했다.
내레이션은 배우 문숙이 맡았다.
작품을 연출한 김해영 감독은 24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우연히 발리에 갔다가 녜피 때 하늘을 봤는데 실탄 가루를 뿌려놓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녜피를 파고들게 됐는데 유튜브에도 BBC에도 디스커버리에도 관련 다큐가 없더라"며 "12개월을 발리에 살면서 내부로 들어가 하루에 3번 기도를 올리며 그들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특종을 노렸지만 나중에는 마음이 바뀌었다.
발리 인구 400만 명이 매일 세 번 지구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걸 보고 부채 의식이 생겼다.
이 마음을 다른 지구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며 "녜피는 불을 끄는 날이 아니라 별을 켜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26일 밤 9시 50분 방송할 1부 '녜피'에서는 녜피와 관련한 30명의 현지인의 인터뷰, 스스로 배우가 되고 관객이 돼 신에게 바치는 제례, 현지인들이 신의 목소리로 인식하는 아궁산, 바다에서 행하는 집단 제례 멜라스띠와 가두 행진 후 나쁜 귀신 행렬을 태우는 의식 등을 조명했다.
다음 달 3일 같은 시간 선보일 2부 '이부쿠'에서는 생명의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신년 첫 축제 오메드메단과 지구의 사는 모든 생명을 위한 발리인들의 기도, 발리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활화산 바투르 산을 경계로 펼쳐지는 은하수 등을 담았다.
채널A 측은 "그동안 채널A에서 양질의 다큐를 많이 상영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최고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도 디즈니도 아닌 채널A에서 프라임 다큐를 선보이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도 영상 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발리의 가장 고요한 날이자 전통이며 문화인 녜피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준 제작진에 축하를 전하고 싶다"며 "녜피는 나와 신의 관계, 인간관계,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이른 시일 내 발리에 방문하셔서 발리의 자연과 문화,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