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술 특허 급증…분쟁 처리기간 확 줄일 것"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관련 분쟁 발생 시 처리 기간을 대폭 줄이겠습니다.”

이재우 특허심판원 원장(사진)은 정부대전청사 사무실에서 취임 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첫 인터뷰에서 “특허 등록 단계에서의 분쟁은 최근 4년 동안 2.2배 이상 뛰었고, 특허권 등록 후에도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특허는 모두 2만503건이 출원됐다. 전년(1만8443건) 대비 11.2% 늘어난 수치다. 이와 함께 특허 분쟁도 크게 늘었다. 2010~2016년 연평균 81건이던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분쟁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평균 181건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 원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연구자와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앞장섰다”며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한 분쟁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빨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특허심판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허심판원은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등 산업재산권에 관한 심판과 조사·연구 사무를 관장하는 특허청 소속기관이다. 1998년에 문을 연 특허심판원은 특허 관련 분쟁에서 사실상 1심 법원 역할을 한다. 일반 법원과의 차이점은 특허청 산하이기 때문에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 소속이란 것이다. 특허심판원의 심판은 법관이 아니라 심판관과 심판장들이 내린다. 여기서 나온 심결(심의 결정)은 준사법적 행정행위의 성격을 지닌다. 지난해 12월 특허심판원장 자리에 오른 이 원장은 특허청 기획조정관, 정보고객지원국장, 상표디자인심사국장, 특허심판원 수석심판장 등을 지낸 지식재산권 분야 행정전문가다.

이 원장은 “특허와 상표 등을 포함하는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서 분쟁 처리 기간은 기업의 생사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분쟁 처리 속도에 따라 해당 기업의 투자 유치, 상품 생산 및 판매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2018년 평균 12개월이던 처리 기간이 올 들어 7.8개월 수준으로 줄었다”며 “무조건 빠른 처리보다 ‘정확성’을 겸비한 분쟁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심판원은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외부 전문가 의견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오는 10월 도입되는 ‘전문심리위원 참여제’가 대표적이다. 특허심판 사건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산업계 관계자, 학계 연구자들이 서면 또는 구두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원장은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빅데이터와 5세대(5G) 통신, 2차전지 등 첨단기술 분야 사건에서 더욱 정확하고 공정한 심판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메타버스 심판정’을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원장은 “앞으로 대전 특허심판원과 서울 강남 특허청 서울사무소에 올 필요 없이 디지털 심판정에 출석해 사건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영상구술심리를 진행해왔는데, 이제는 완전한 비대면으로도 심판을 신속 처리토록 하려는 게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상거래가 활발해진 시대에, 상품 개발자 본인의 권리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기술이나 디자인, 상표 등을 처음 고안해냈을 때에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공개가 먼저가 아니라, 특허 출원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며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는 독점권을 가지는 ‘특허 등록’이 불가능하게 된다. 안타까운 사례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인 창업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구글’처럼 큰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아이디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