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종료'로 여기지만, 미국은 '정리 뒤 재조정'의 의미로 쓰는 듯 '워킹그룹 대신 다른 메커니즘으로 대북정책 조율해 기능 유지'엔 공감 분석
한미가 양국 간 남북관계 관련 사항을 조율하며 여러 논란을 낳았던 협의 채널 '워킹그룹'의 종료 여부를 놓고 미묘한 온도 차를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외교부는 22일 한미가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워킹그룹에 대한 질문에 '종료'라는 표현 없이 한국 등 동맹국과 대북정책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며 "절대 끝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22일 저녁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워킹그룹이 종료된(terminated) 뒤 한미 간 대북 정책은 어떻게 조율되느냐'고 묻자 "워킹그룹이 종료되는 것(terminated)은 아니다"라며 "재조정되는 것(readjusted)"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한국의 '워킹그룹 종료' 발표에 미국이 부인하는 모양새로도 읽힌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23일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워킹그룹 운영 방안을 논의하며 지난 21일 합의한 용어는 '컨클루전(Conclusion)'이라고 밝혔다.
이 단어는 주로 '결론'으로 해석되지만, 마무리, 정리, 최종 판단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 '컨클루전'을 한국 측은 '종료'라고 표현해 발표했는데, 미국은 '종료'보다는 '정리' 뒤 '재조정'한다는 의미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선 여권 일각과 대북단체 등 남측은 물론 북한에서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워킹그룹이 폐지된다는 쪽에 무게를 두지만, 미국은 워킹그룹이라는 틀은 없애더라도 기능은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종료'라는 표현을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 당국자가 미국도 워킹그룹의 종료(termination)라는 표현을 쓰는지, 아니면 재조정(readjustment)을 원하는지를 묻자 "어떤 외교적 메커니즘을 어떻게 이름 붙이든 우리는 대북정책 시행에 있어 한국과의 긴밀한 조율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성 김 대표가 '종료'(terminated)를 너무 강한 표현으로 받아들여 '재조정'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워킹그룹을 하루빨리 '종료'하고 싶어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이 협의체에 미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미 양측이 '컨클루전'이라는 용어에 대해 온도 차를 보이고 있지만, 양측이 앞으로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워킹그룹이 아닌 다른 메커니즘을 이용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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