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건강의 충남 당진공장 락토핏 생산라인.  종근당  제공
종근당건강의 충남 당진공장 락토핏 생산라인. 종근당 제공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둘러싼 식품·제약업체 간 전쟁이 ‘2라운드’를 맞았다. ‘락토핏’으로 1라운드 챔피언에 오른 종근당건강을 꺾기 위해 국내외 건강기능식품 및 제약업계 최강자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어서다. 업계에선 신흥 강자들의 ‘참전’에 힘입어 올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5000억원 벽을 뛰어넘은 지 3년 만에 몸집이 두 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GSK컨슈머·유한양행도 ‘도전장’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건강기능식품·일반의약품 업체인 GSK컨슈머헬스케어가 8월 초 ‘센트룸 신프로바이오틱스’(미정)를 출시한다. 이 회사가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하루 권장 복용량인 ‘유산균 100억 마리’를 한 포에 담은 게 특징이다. 미국·유럽 등 건강기능식품 선진국에서 효능을 검증받은 것도 이 제품의 강점으로 꼽힌다.

GSK컨슈머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도 ‘센트룸’을 붙인 것은 신규 시장에 빨리 안착하기 위해서다. ‘세계 비타민 판매량 1위’ 브랜드가 주는 안정감을 활용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도 ‘넘버 원’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GSK컨슈머가 아시아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내놓는 것은 대만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라며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한국의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잡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도 유산균 전문업체인 메디오젠과 손잡고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와이즈바이옴’을 만들었다. 이르면 다음달 공식 출범한다. 경쟁 제품보다 균주 수를 대폭 늘려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사 역량을 집중 투입해 몇 년 안에 1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메가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원톱’인 종근당건강은 자체 생산을 늘리고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등 수성 전략을 짰다. 종근당건강은 그동안 콜마BNH에 락토핏 생산물량의 상당 부분을 맡겼다. 락토핏이 출시 4년 만인 지난해 2620억원어치나 팔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충남 당진공장 증설작업은 올 11월 마무리되고, 생산량은 연 2160t에서 5620t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생산단가가 떨어지는 만큼 락토핏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경쟁이 격해지면 종근당건강이 충분한 실탄을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종근당건강은 최근 생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성분을 함유한 프리미엄 제품 ‘락토핏 로얄’을 내놓는 등 제품 다양화에도 나섰다.

비타민 꺾고 건기식 2위로 도약

GSK·유한양행 '1조 유산균 시장' 뛰어든다
건강기능식품·제약업체들이 일제히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만 해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5424억원이었다. 홍삼(1조5093억원), 종합·단일 비타민(6399억원)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연간 20~30%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18년부터 비타민을 꺾고 건강기능식품 시장 2위로 도약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8856억원이다. 홍삼(1조4332억원)이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1위와의 격차도 좁혔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 향상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장 건강’은 면역력 향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인체의 면역세포 중 70%가 장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홍삼과 비타민 시장이 정체돼 있는 데 비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이다.

시장도 세분화되고 있다. 입 속의 유익균을 공급해 입냄새, 충치 등을 억제하는 ‘구강유산균’, 여성호르몬을 활성화해주는 ‘여성 갱년기 유산균’ 등이 대표적이다. 면역 과민 반응으로 인한 피부 상태를 개선해주는 ‘피부유산균’, 체지방 감소를 돕는 ‘다이어트 유산균’ 등 미용 분야로도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