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40대 노숙인 2심도 징역 4년
일면식 없는 행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 노숙인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강경표 배정현 부장판사)는 이모(45·남)씨의 특수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노숙 생활을 하던 이씨는 지난해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인도에서 우산을 쓰고 걷던 행인 A씨에게 다가가 흉기를 휘두른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이씨가 A씨의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 흉기로 A씨의 얼굴 쪽에 상처를 내고 달아나는 모습이 찍혔다.

이씨는 재판에서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피해자의 목에 상해를 입히게 된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흉기를 꺼내든 이유는 "당시 쓰고 있던 모자 앞부분 실밥이 삐져나와 정돈하려고 꺼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CCTV 화면에 담긴 이씨의 모습을 근거로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씨가 A씨를 살해하려 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검찰이 적용한 살인미수죄 대신 특수상해죄를 적용했다.

이씨는 1심의 판단이 잘못됐고 징역 4년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비춰보면 원심 판단이 정당하고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과 같은 이른바 '묻지 마' 범행은 일반 공중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공공의 안전을 크게 해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고 죄책도 무겁다"며 "원심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