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암호화폐가 세간의 관심사지만 1년 전만 해도 세상의 관심은 온통 국제유가에 쏠려 있었다. 특히 지난해 4월 20일 WTI(서부텍사스원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이날 유가는 배럴당 -40.43달러까지 떨어졌고, 이런 기현상은 다음날까지 지속됐다. 코로나가 막 확산되기 시작할 때라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며 수요가 급감, 재고가 엄청 늘어난 데다 만기날에 실물을 인수·인도해야 하는 원유 선물거래의 특성까지 겹치며 낳은 결과였다.

당시 유가는 3월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한 많은 투자자가 유가 반등에 베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기도 했다. 특히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중 거래정지 또는 상장폐지 되는 상품이 속출하면서 원금을 다 까먹는 일도 발생했다.

그랬던 국제유가가 1년여가 지난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뛰어오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WTI는 15일(현지시간) 배럴당 72.12달러에 거래를 마쳐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신 보급 확대로 세계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감산까지 겹친 결과다.

재밌는 것은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석유생산 감소로 이어져 유가를 더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알래스카 원유 시추를 중단시키는 등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저유가로 셰일오일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한 데다 환경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셰일오일 공급도 대폭 줄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전기차 보급 등으로 석유 하면 환경오염, 탄소배출 같은 부정적 단어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굴리는 전기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석유로 만들어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중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22년 하루 1억 배럴까지 늘어 2019년 수준을 회복하고 2026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과 환경규제를 뚫고 석유가 부활하고 있다. 현대 문명의 토대가 된 ‘검은 황금’은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는 중이다. 다른 에너지원에 자리를 내주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