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제대로 못 밝히면 치명타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 4일까지 ‘2021년 공제’로 시작하는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한 건은 모두 9건이다. 1·2호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이다. 3호는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 4호는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이다. 5·6호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 및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된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7·8호는 윤 전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이고 9호는 부산 엘시티 ‘봐주기 수사’ 사건으로 모두 지난 4일 정식 수사로 전환됐다.
종합하면 공수처는 1호 사건 수사에 착수한 4월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38일 동안 총 9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지난 2월 김진욱 공수처장이 “연간 수사할 수 있는 사건 총량은 ‘큰 사건’을 기준으로 3∼4건”이라고 밝혔지만 한 달 만에 그 두 배를 뛰어넘는 양의 ‘큰 사건’들을 맡은 셈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서울교육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지만 조 교육감 소환조사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규원 검사는 지금까지 세 차례 소환조사했지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도 제자리걸음 상태다.
실제 수사에 투입되는 수사2·3부 소속 공수처 검사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9명이다. 심지어 이 중 절반가량은 이달 말까지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의 ‘문어발식 수사’에 대해 “수사력이 부족한 공수처가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고발 등 접수한 사건을 ‘뭉개지 않고’ 차례로 입건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공수처가 사건을 벌여놓기만 하고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고위공직자 사건은 소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건’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잘못해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면 곧바로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