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서 ‘터치 조작’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위해 9년간 한 우물만 팠습니다. 아직 기업 규모는 작지만 이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당연하게 여겨진 행동이 위험한 행동으로 바뀐 것이 많다. 맨손으로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키오스크와 같은 공용 물품이라면 바이러스 전파 문제로 더욱 사용이 꺼려지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가상터치’라는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업인이 있다. 지난달 특허청으로부터 ‘올해의 발명왕’으로 선정된 김석중 브이터치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허공터치를 인식하는 기술은 브이터치글로벌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그동안의 노력을 정부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가상터치 기술은 사용자가 터치스크린과 1~3m가량 떨어져 있어도 허공에 손짓만 하면 터치 조작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의 시선과 손가락이 가리키는 지점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키오스크, 사이니지와 같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시설에 적합하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엘리베이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현대모비스, 오티스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회사와도 기술 적용을 위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제스처 인식 방식은 오동작도 많고 정밀한 제어가 불가능했다”며 “가상터치 기술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눈과 손가락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활용도도 더 높다”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회사를 이끄는 김 대표의 전 직업은 놀랍게도 ‘1세대 온라인 의류 쇼핑몰 경영자’다. 홍익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을 마칠 무렵인 2004년 제이브로스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국내에선 온라인 쇼핑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김 대표는 ‘기술 창업’이라는 꿈을 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08년 한국에서 닌텐도 위(Wii) 같은 체감형 게임기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움직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2012년에는 쇼핑몰 경영도 형에게 맡기고 기술 개발에만 전념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의 길은 쉽지 않았다. 한동안 낮에는 쇼핑몰 경영을 하고 밤에는 논문을 뒤져가며 관련 기술을 공부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했다. 석·박사급 연구원들을 모은 뒤에도 개발을 지휘하기 위해 직접 직장인 AI 단기강좌를 찾아 듣기도 했다. 이렇게 9년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획득한 가상터치 관련 특허 수만 43건이다.

브이터치의 올해 목표는 가상터치용 카메라 킷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터치패널보다 저렴하게 만들어 터치스크린을 대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