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본부장 "증시 빅사이클 2~3년 남아…호텔·화장품·소매株 주목"
코스피지수가 지난 7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이틀째 소폭 조정받았다. 9일에는 0.97% 하락한 3216.18에 마감했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한영 디에스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사진)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분류된다. 이 본부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상승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이란 ‘개화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도는데, 국내 주요 산업은 개화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단계여서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많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본부장은 화장품, 호텔, 미디어, 소매 등을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들은 한한령(중국의 한류 제한령)과 코로나19로 동시에 피해를 본 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는 “이미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모멘텀’에 의해 상승했을 뿐 아직 실적을 반영한 게 아니다”고 했다. 국내 소비만으로도 주가가 오르는데 한한령이 풀리면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한국경제신문과 한국펀드평가가 주관한 ‘대한민국 펀드대상’에서 ‘올해의 펀드매니저’에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하반기 증시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2019년 말부터 빅사이클이 시작됐고, 지난해부터 큰 장이 섰습니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여러 개 생기고 있는데, 이들 업종 대표 기업 중 한국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새 산업의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은 개화기에서 성장기로 가는 국면이라 실적이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고, 그게 합쳐진 게 주가지수이기 때문에 하반기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시장이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시장 상황이 좋을까요.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금리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3년 말이나 2024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초 미국 국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지난 4월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며 사라졌듯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시장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 유망한 투자 분야는 무엇입니까.

“화장품, 호텔, 미디어, 소매 등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 산업은 시간이 갈수록 실적이 좋아지는 구조입니다. 2분기까지 적자였다가 3분기 흑자 전환하거나,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입니다. 이들은 한한령과 코로나19로 피해를 봤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오르고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면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수혜를 볼 다른 업종은 없을까요.

“카지노와 면세점도 유망합니다. 백신 접종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국내 관광객이 해외로 빠져나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으로 관광오는 중국인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본 소재와 산업재 분야는 어떻습니까.

“화학 철강 조선 건설 등은 그동안 호실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3분기부터는 전분기에 비해 실적이 꺾일 수 있습니다.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가격 부담이 있습니다.”

▷정보기술(IT)주는 국내 대표 산업인데도 많이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소재 산업재 쪽에서 빠져나온 돈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 오른 IT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의 경우 이달부터 출하량이 늘어 3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입니다. 반대로 벨류에이션은 떨어진 상황입니다.”

▷요즘 한국 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빠른 순환매입니다.

“미국 등 해외시장은 기업 실적이 나오는 대로 시장에 반영됩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고 실적이 잘 나와도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이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 가격에 선반영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을 이끌 종목은 무엇입니까.

“결국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이미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BBIG 업종입니다.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전기차 전환이 빠른 자동차 분야도 유망합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