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남아에 뺏긴 주도권, 스마트·디지털 기술로 다시 기지개
신발산업진흥센터·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등 인프라 속속 구축
자동화·온라인 유통 등 빠른 환경 변화에 능동 대처해야
[통통 지역경제] 100년 역사 부산 신발산업 부활 꿈꾼다
부산은 1919년 고무신 공장을 시작으로 풍부한 노동력과 높은 품질로 70∼80년대 세계 운동화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말표, 기차표, 왕자표, 타이거, 프로스펙스, 르까프 등 토종 브랜드까지 속속 등장하며 신발산업은 부산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가 세계 신발 시장을 주도했지만, 부산을 중심으로 한 신발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전쟁 때 군화를 생산하면서 우수 제품을 다량 생산하는 기술을 습득했고, 가황(고무에 황을 첨가) 공정제품을 앞세운 기술력을 앞세워 신발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까지 증가하면서 1975년 한 해에만 1억5천만 켤레를 만들 정도였으니 신발산업이 부산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성장으로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인건비까지 상승해 신발 생산 거점이 중국과 동남아로 급속하게 이전하면서 지역 신발산업은 침체에 빠졌다.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던 부산지역 신발산업이 국내외 수요 증가와 산업 환경 변화 등에 힘입어 최근 들어 부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신발생산은 2010년 이후 매년 연평균 2.2%씩 성장하는데 10켤레 가운데 9켤레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신발 소비 역시 대륙별 고른 분포를 보이지만 아시아지역이 전체 소비의 54.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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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을 들여다보면 스마트화 및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산업 구조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국내 신발산업의 글로벌 비중은 수출액을 기준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세계 38위 수준이지만 연평균 6.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국내 신발산업은 여전히 부산지역 업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8년 기준 10인 이상 종업원을 둔 제조업체는 443개인데 이 가운데 172개사가 부산에 있다.

고용인원 1만여명 가운데 4천여명이 부산지역 제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산지역 신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도 속속 구축되고 있다.

부산 신발산업진흥센터가 대표적인 지원 기관이다.

강서구 녹산산단로에 위치한 센터는 완제품 성능평가 테스트베드, 사무공간, 임대공장 등을 갖추고 신발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자체 신발 브랜드를 육성하고 제품 인증 기관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역 업체의 판로 개척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부산진구 백양로에 있는 전국 유일의 신발산업 지원 전시시설인 한국신발관은 신발 홍보관과 역사관, 인력양성 교육관, 입주지원 시설을 갖추고 부산과 한국 신발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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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형 임대공장과 기술지원센터 등의 역할을 하는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도 든든한 지원 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국내외 유명 신발 기업의 연구개발센터가 2018년부터 잇달아 입주했다.

한국신발피혁연구원은 신발 소재 관련 연구 개발을 주도한다.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 신발산업이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지만 과제도 여전하다.

노동집약적이던 신발산업은 최근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품종 유연생산 체제의 새로운 제조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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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재활용·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다.

부산지역 신발업계가 침체기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공장 자동화, 친환경 산업 구조로의 전환,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