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정당한 사유 아냐" 징역형…2심 "심리상태 참작" 선고유예

오토바이를 타고 간 교량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20대가 경찰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으나 술 냄새가 나는 바람에 음주 측정 거부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항소심 끝에 선처를 받았다.

자살기도 20대 구조하고 보니 '술 냄새'…음주측정 거부로 재판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27)씨가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낸 항소를 받아들여 벌금형(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5일 밝혔다.

2019년 12월 8일 오전 3시 10분께 오토바이를 몰고서 춘천시의 한 다리 위에 도착한 A씨는 위태롭게 난간에 서 있었다.

'다리 위에 서 있는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발견해 파출소로 무사히 데리고 갔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옆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고, 술 냄새와 함께 얼굴에 홍조가 나타난 것을 알게 된 경찰은 A씨가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으로 보고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이 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오토바이를 운전해 교량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술을 마셨다"며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어서 억울한 마음에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살기도 20대 구조하고 보니 '술 냄새'…음주측정 거부로 재판
이에 1심은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 당시 음주운전을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피고인의 주장은 음주측정 요구 불응에 대한 정당한 사유라고 할 수 없고 죄질도 나쁘다"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경찰관의 음주측정은 적법하다고 보고 A씨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의 주장대로 운전 후 술을 마셨을 가능성도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 등 심리상태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1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으로 낮춘 형의 선고도 유예하는 선처를 했다.

『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