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붕괴 위기 공감대…군부 합리주의 세력과 연대 필요성 제기

브라질의 전직 대통령들이 내년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패배하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1월 초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유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메르는 부통령 시절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2011∼2016년 집권) 탄핵을 주도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돼 2016년 우파 정부를 구성했으며, 이는 보우소나루에게 집권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브라질 전직 대통령들 "보우소나루,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
'중도 진영의 멘토'로 불리는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1995∼2002년 집권)과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도 보우소나루의 행태에 우려를 표시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소속된 중도 브라질사회민주당과 좌파 노동자당이 군부 내 합리주의 세력과 보우소나루에게 실망한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부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테메르 전 대통령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에 거부감을 가진 전·현직 군 장성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치 전문가들은 세 사람의 발언과 입장이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종식으로 회복된 민주주의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했다.

카르도주 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이 4년여 만인 지난달 중순 전격 회동한 것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행태와 민주주의 위기, 코로나19 극복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브라질 언론은 과거 정치적 경쟁 관계였던 두 사람의 만남을 '역사적 회동'으로 표현하면서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했고 재선 전망은 어두워진 상태다.

지난달 이뤄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4%·부정적 45%·보통 30%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래 긍정적 평가는 가장 낮고, 부정적 평가는 가장 높다.

대선주자 예상 득표율 조사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41%로 보우소나루 대통령(23%)을 18%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을 치를 경우 득표율은 룰라가 55%, 보우소나루는 32%로 전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