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26)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에 필수인 리트(LEET·법학적성시험) 원서를 지난달 말 제출했다. 박씨는 아직 3학년이라 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더라도 로스쿨에 지원할 수 없다. 대학 졸업생이나 졸업 예정자만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그가 시험을 치기로 마음먹은 것은 최악의 취업난 때문이다. 박씨는 “졸업반일 때 로스쿨에 실제로 지원할지 아직 확신이 안 선다”면서도 “취업이 힘든 시기인 만큼 혹시 몰라 연습 삼아 리트 시험을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리트 시험 열풍이 예년보다 더 거세게 불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상황에서 반강제로 캠퍼스에 남게 된 학생 중 로스쿨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이어진 2022학년도 리트 원서 접수에 1만3955명이라는 사상 최다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해(1만2244명)보다 14% 불어난 것으로, 증가폭도 역대 최고치다. 리트 시험 첫해인 2009년(1만960명)과 비교하면 27% 늘었고, 최소 응시자 수를 기록한 2013년(7628명)보다는 두 배 많다.

“올해 리트 시험 응시자가 급증한 것은 취업난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지자 로스쿨로 진학해 학교에 남기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로스쿨 입시기관 관계자는 “심지어 리트 시험을 보는 대학 새내기도 증가하고 있다”며 “취업이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찌감치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전문대 포함)에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학·석·박사 25~39세 인구 가운데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는 지난해 32만165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27만9627명) 대비 15%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21만3343명)보다 1.5배 많다.

일반기업 입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몸풀기용’으로 리트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리트 시험 과목은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논술’이다.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를 하는 삼성은 ‘직무적성검사(GSAT)’로 신입사원을 뽑는데, 이 시험은 ‘언어논리’와 ‘수리논리’ ‘추리’ 등의 과목으로 구성된다. 한 수도권 로스쿨 교수는 “사기업 공채 시험뿐 아니라 공기업 입사에 필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도 리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입사를 준비하는 김에 연습 삼아 리트 시험을 보고, 결과가 좋으면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로스쿨 ‘반수’ 열풍도 한몫한다. 로스쿨 자퇴생의 대부분이 유명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로스쿨 재입학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