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와이파이(WiFi) 모듈 사업부 매각을 위해 지난 1월 시행한 입찰에는 파트론, 켐트로닉스, 와이솔 등 중견기업 예닐곱 곳이 뛰어들었다. 당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1055억원을 써낸 켐트로닉스가 6~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삼성전기와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삼성전기와 켐트로닉스는 계약 종료일(5월 31일)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계약을 해지했다. 켐트로닉스 요청으로 계약이 막판 해지됐지만 위약금은 없었다. 켐트로닉스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계약금을 온전히 돌려받는다”고 밝혔다.

와이파이 모듈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가 계약 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2일 파악됐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와이파이 모듈을 쓰는 대신 기판에 칩을 바로 실장하는 ‘칩온보드(COB)’ 기술을 쓰기로 최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모듈 수요처인 삼성전자가 더 이상 해당 모듈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수도 계약이 무산됐다는 얘기다.

COB 방식을 쓰면 공간적인 여유가 생겨 스마트폰을 더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가 방향을 튼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COB 방식은 모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켐트로닉스로선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두 회사 간 양수도 계약은 4월 말 종료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져 두 회사는 계약 종료일을 5월 말로 순연했다. 계약 종료를 며칠 앞두고 삼성전자의 새 방침이 노출되면서 켐트로닉스는 핵심 수요처가 없는 사업을 인수하는 불운을 피했다.

삼성전기는 당장 와이파이 사업 재매각에 나서진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재매각 추진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