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흔들리지 않는 인내…다양한 '연출 경쟁'
‘에듀윌 29초 영화제’ 수상작 중엔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연출 기법을 내세워 도전과 합격의 순간을 그린 작품이 많았다. 공부할 때 친구들 간에 펼쳐지는 치열한 눈치 싸움, 변화하는 주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인내심과 의지 등을 재밌게 표현했다.

장려상을 받은 박윤창 감독의 ‘라이벌(승부욕은 합격이다)’은 친구 사이에 나타나는 미묘한 경쟁 심리를 유쾌하게 그렸다. 공부를 하던 남성 앞으로 친구가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나 어제 공부 하나도 못했는데 어떡하냐.” 그러자 남성은 “나도”라고 한다. 친구가 “나 어제 진짜 일찍 잠들었어”라고 하자 남성은 곧장 “나도 유튜브 보느라고”하며 받아친다. 친구는 다시 “그래도 넌 지금 책이라도 보네”라고 하자 남성은 “만화책인데”라며 부인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주변엔 ‘하나도 안 했다’고 말하기도 하는 점을 잘 포착해 라이벌 관계인 친구들의 대화로 재밌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전상을 수상한 전재영 감독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자존감은 합격이다’(사진)도 두 친구 사이의 대화로 수험생의 인내심을 잘 표현해냈다. 한 여성이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고 있는데 친구가 찾아와 “나 S전자 취업했다”고 말한다. 여성은 담담한 표정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성적을 매긴다. 이때 성적은 60점. 취업한 친구는 또 찾아와 명품 백을 자랑하고, 결혼도 자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화려해지는 친구와 달리 여성의 모습은 초라해진다. 시험을 앞두고선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내려오고 머리도 한껏 헝클어져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험 성적은 조금씩 올라가 90점에 이른다. 그리고 친구가 또 찾아와 “뭐해?”라고 묻는데 여성은 평소와 달리 책상이 아니라 옷장 앞에 서 있다. 여성은 환히 웃으며 말한다. “나? 출근 준비.” 친구들에 비해 출발이 늦다 해도 좌절하거나 자학하지 않고 노력해 마침내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작품은 대조되는 상황과 수험생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구자명 감독의 ‘합격할 수 있을까’, 박경륜 감독의 ‘주인님 합격이다’는 장려상을 차지했다. 이민송 감독의 ‘최고의 준비가 최선의 합격이다’, 이수민 감독의 ‘마음은 합격이다’, 최옥환 감독의 ‘보여지지 않는 노력도 합격이다’는 도전상을 받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