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외교부 "중국 대사 초치"…中대사관 "우린 친한 이웃인데"

중국 군용기 16대가 말레이시아 해상구역과 비행정보구역을 넘어 들어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을 비행하는 바람에 말레이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中 군용기, 이번엔 말레이 관할 남중국해 분쟁지역 진입 발칵(종합)
2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공군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토대로 중국 정부에 외교적으로 항의하는 통지문을 보내고, 중국 대사를 초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중국 측에 전달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의 입장은 분명하다.

외교적 우호 관계를 맺은 나라이더라도 국가 안보 위협과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우리는 우리의 존엄과 주권을 수호하는데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거듭해서 밝혔다.

中 군용기, 이번엔 말레이 관할 남중국해 분쟁지역 진입 발칵(종합)
말레이시아 공군은 지난달 31일 정오께 중국군 항공기 16대가 자국 영공 근처를 의심스럽게 비행하는 것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중국군 항공기는 다목적 대형 수송기인 일류신Il-76과 시안Y-20으로 파악됐다.

중국 군용기들은 말레이시아 해상구역과 보르네오섬 코타키나발루의 비행정보구역(FIR)에 진입한 다음 사라왁주에서 60해리(111㎞)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 비행했다고 말레이시아 공군은 설명했다.

비행정보구역은 항공기 사고 대비 등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분할 설정한 공역을 뜻한다.

중국 군용기들은 이어 루코니아 암초(중국명 베이캉안사<北康暗沙>)까지 비행한 뒤 비행경로를 변경했다.

루코니아 암초는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라왁주에서 84해리(155㎞)밖에 안 떨어진 곳인데,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중국 해안경비대·해군 선박은 2016∼2019년 총 89차례에 걸쳐 루코니아 암초 등 말레이시아 영해를 침범했다고 말레이시아 감사원이 발표한 바 있다.

中 군용기, 이번엔 말레이 관할 남중국해 분쟁지역 진입 발칵(종합)
말레이시아 공군은 "여러 차례 중국군 항공기들에 접촉해 코타키나발루 비행정보구역 항공교통 관제소에 연락하라고 했지만, 따르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무슨 항공기인지) 육안 식별을 위해 제트기를 출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은 "중국 군용기들은 해당 상공에서 자유롭게 비행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쿠알라룸푸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어느 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군의 일상적 비행훈련에 불과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기에 남의 나라 영공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친한 이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중국 정부 반응을 접한 말레이시아 국민과 안보단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었다.

중국 군용기의 침범이 발생한 지 몇 시간 안에 강력한 항의 성명 발표와 중국 대사 초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안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군용기들이 비행정보구역의 2만3천∼2만7천 피트 사이를 비행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민간·상업용 비행기들이 운행하는 고도이기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中 군용기, 이번엔 말레이 관할 남중국해 분쟁지역 진입 발칵(종합)
남중국해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고 해상물동량이 연 5조 달러에 달해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하는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인공섬을 건설한 뒤 군사 기지화해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편, 중국군은 수시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들여보내고 있다.

대만 빈과일보는 대만 국방부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 군용기 309대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정기적으로 진입하는 데는 조종사 훈련·미군 활동 감시·대만의 자원 소진 등 여러 목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