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작' 지시…초과수당 미지급 등 법 위반 의혹도
업체 대표 "실습생은 근로자 아냐"…노동부, 조사 나서
"대학생 스타트업, 실습 학생들에 불법행위 강요·체불"
대학생이 대표로 있는 스타트업이 현장 실습차 일하러 온 다른 대학생들에게 불법적인 업무 지시와 임금 체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한 친환경 패션·가방 스타트업에서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방학 현장실습을 한 고려대 재학생 양모씨는 실습 종료를 한 달 앞둔 올해 1월 중순 회사로부터 돌연 실습 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고려대 서울캠퍼스에 입주한 이 스타트업 대표는 이 학교 재학생 A씨다.

A씨는 "양씨가 조직을 파괴하고 기업 분위기를 저해했다"며 협약 해지 이유를 밝혔다.

반면 양씨는 A 대표가 교육 목적과 관련 없는 부당한 일에 실습생들을 동원해 갈등을 일으켰다고 반박했다.

이 업체에서 실습한 학생은 모두 12명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대학 소속이지만 월 40만∼60만원가량을 받고 주당 40시간(월∼금요일 8시간씩) 근무하며 학점 인정을 받는 동일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웹사이트 계정 여러 개를 만들어 자사 제품 리뷰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행했다.

상품평 조작은 전자상거래법상 불법이다.

맘카페 등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다 제품을 슬쩍 홍보하는 '커뮤니티 침투'도 요구받았다고 한다.

A 대표는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나는 경영전략을 배웠다.

남들 다 하는데 안 하면 멍청하다.

이력서에 쓰면 도움이 될 능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대학생 스타트업, 실습 학생들에 불법행위 강요·체불"
의류시장에서 들여온 제품의 '중국산' 라벨 제거 작업에도 동원됐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협약상 실습은 한 주에 40시간이지만 과도한 업무를 할당하고 야근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학생과 협의를 거쳐 주당 5시간까지 초과근무를 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 넘기기 일쑤였다.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은 아예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대학 소속 실습생 B씨는 "A 대표가 '4대 보험에 가입하면 실습 경력을 인턴 스펙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해 근로계약서까지 썼지만, 최저임금에 맞는 초과근무 수당은 주지 않았다"며 "우리에게 '최저임금 받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열정을 갖고 하겠다면 식대는 챙겨주겠다"는 A 대표의 말에 무급노동을 한 실습생도 있었다.

이에 A 대표는 "실습생은 근로자가 아니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이런 행위들에 대한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다.

이 문제를 조사한 고려대 현장실습 지원센터는 리뷰 조작 등 지시에 대해 "A 대표는 '다른 업체들도 관행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학생들 양심에 해를 끼치는 무거운 과실"이라며 "교육 목적에서 크게 벗어났고 진로 설계라는 건전한 참여 의도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기업이 LG소셜캠퍼스가 관리하는 고려대 산학관에 입주했을 뿐 학교의 관리 대상은 아니어서 학생 파견 중단 외에 다른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노동청에 신고한 학생의 자료 제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노동당국 판단을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권남표 노무사는 "실습생 교육 명목의 전형적 노동 착취"라며 "적극적으로 법령을 해석하면 대학이 고용을 알선했다고 볼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착취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쓰게 하고 학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