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들도 공공개발 놓고 분열…별도 대책위까지 결성
정부 공공개발 발표 이후…혼돈에 빠진 동자동 쪽방촌
지난 2월 정부가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이 지역 이해관계자들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공공개발에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정부와 협상으로 얻어낼 건 얻어내자"고 주장하는 일부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별도 단체를 결성하면서 소유주들 간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 지역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동자동 주민대책위'(이하 동자동 대책위)와 공공개발에 대응해야 한다는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주민대책위(이하 공공주택 대책위)로 양분됐다.

◇ 토지·건물 소유주들, 공공개발 놓고 '동상이몽'
공공주택 대책위는 소유주들에게 정부가 합당한 보상을 주는 선에서 공공개발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공공개발이 '사유재산 탈취'라고 반대하는 동자동 대책위와는 다른 행보다.

공공주택 대책위 조재형 본부장은 "용적률 250%·고도제한 6∼18층 규제에 묶여 민간개발은 사업성이 없었는데, 공공으로 용적률을 700%까지 올리고 고도제한 40층까지 규제를 풀어주니 이 기회를 지역발전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생이익은 지역으로 환원하고, 결사반대식 투쟁이 아니라 협상을 하는 편이 낫다"며 "동자동에서 도심형 공공개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동자동 대책위는 현재도 공공개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최근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공보다 더 잘 지어주겠다"며 '상생 민간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동자동 대책위 오정자 위원장은 "벌써 정부와 보상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지구 지정에 대비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공공개발 발표 이후…혼돈에 빠진 동자동 쪽방촌
◇ 쪽방 주민들 "살지도 않으면서…개발이익 추구 똑같아"
공공개발에 한층 열린 자세를 취한 소유주들의 등장에도 쪽방촌 주민자치조직 '동자동 사랑방'을 주축으로 한 쪽방 세입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

동자동 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정부 공공주택사업은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 쪽방 주민을 내세워야만 명분이 산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유주들은) '주민'이라는 이름을 쓰며 주민대책위원회라고 하는데 토지·건물 소유주 중 진짜 주민은 20% 정도이고 대부분은 외지에 살며 세를 준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쪽방 주민들을 대놓고 핍박하느냐, 아니면 이용하느냐의 차이일 뿐 개발이익을 민간이 최대한 가져가겠다는 점에서 똑같다"면서 "주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부의 공공주택사업 추진 발표 이후 동자동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주목하는 곳이 됐다.

동자동 대책위는 지난달 14일 국민의힘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와 간담회를 열어 "공공개발은 사실상 강제수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쪽방 주민들도 지난 11일 정의당과 간담회를 열어 "흔들림 없이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원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서울민중행동 등이 참여한 '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은 오는 31일부터 진행되는 '2021년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 첫 일정으로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간담회를 연다.

이들은 쪽방촌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공공주택사업이 필요한 이유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