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강사 "우리는 보험료 몇만엔 내는데 1천300엔밖에 안 낸다"
학생단체 면담 요청에 "차별하는 마음 없었다" 주장…어학원은 취재 불응
"세금 빨아먹는다" 폭언 피해 韓유학생 "차별 사과받고 싶다"
일본인 강사로부터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한국인 유학생 A씨는 "'너는 민폐'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도쿄국제일본어학원'에 재학 중이던 작년 1월 현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관해 일본어를 담당하는 강사로부터 "일본의 돈, 세금을 빨아 먹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경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렇게까지 (심한) 말을 들으면서 일본에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 굉장히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A씨는 유학 비자를 갱신해 체류 자격을 유지하려면 어학원 측에서 서류를 받아 제출해야 했으므로 차별 발언에 문제 제기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발언이) 너무 심해서 (증거 확보 차원에서) 녹음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에게는 일본어 강사가 일본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존재인데 "속으로는 외국인이 '세금 빨아먹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환영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며 받은 돈으로 먹고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학생 단체인 '무빙 비욘드 헤이트'(Moving Beyond Hate)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제기한 후 강사가 자신에게 전화했으나 진심으로 사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본인 강사가 전화로 '미안하다'고 말하길래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사과 시기를 놓친 것이 죄송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A씨는 "(어학원 측이) 차별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며 "차별이 있었고 그런 차별이 있어서 죄송하다는 사죄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빙 비욘드 헤이트에 따르면 이 단체가 올해 3월 어학원을 방문해 면담할 때 문제의 발언을 한 강사는 "차별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며 "지도 과정에서 심한 말을 했다면 그녀(A씨)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어학원 측의 주장을 듣기 위해 앞서 20일부터 어학원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담당자 부재 중' 등의 이유를 대며 26일 오전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교 시절부터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아 온 A씨는 고교 졸업 후 일본의 어학원에 입학해 학업과 치료를 병행했다.

그는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출석하지 못하거나 수업 중 조는 일이 있었으며 자신의 건강 상태에 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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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학원 측은 '졸거나 결석해서 다른 학생을 곤란하게 하면 반을 바꿔도 된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반강제로 작성하게 했으며 강사는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가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면 그가 강사라고 지목한 여성은 외국인이 유학 비자를 받아서 일본의 공적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사회 문제라며 "(의료 보험료를) 1천300엔(약 1만3천원)밖에 내지 않고 있지 않으냐. 우리들은 몇만엔(몇십만 원 수준)이나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유학생이 이용하는 의료 서비스를 위해 "사회생활을 하는 성년 일본인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유학생 등이 "싸게 의료 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은 역시 이상하지 않냐는 지적이 최근 정말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가 "일본에 와서 일본 보험증으로 일본의 의료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아프면 귀국해야 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A씨는 작년 2월에는 도쿄의 병원에서 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는 일본 대학에 다니고 있다.

(취재 보조 :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