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에서 만취 승객 노려…2년 가까이 22명 피해
편의점 죽으로 토사물 만들고 취객 속여 돈뜯은 택시기사
만취한 승객이 택시 안에 토하고 기사를 때린 것처럼 꾸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택시기사가 구속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승객이 차 안에서 구토하고 자신을 폭행한 것처럼 속여 22명으로부터 약 1천290만원의 돈을 받아낸 혐의(공갈)로 60대 택시기사 A씨를 구속 수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A씨는 유흥가에서 완전히 취한 승객들만을 노려 태웠다.

승객이 잠들면 편의점에서 죽과 고추참치 통조림 등을 사서 토사물처럼 만들어 차 안에 뿌린 뒤 승객을 깨워 "왜 택시 기사를 때리고 차 안에 토를 하냐"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가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그는 계좌이체 등의 방법으로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120만원의 돈을 받아냈다.

승객이 블랙박스를 확인해보자고 요구하면 갖은 핑계를 대며 보여주지 않았다.

때린 적이 없다고 승객이 항의해도 "안경이 부러졌고 팔도 아프다"며 잡아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A씨가 승객과 시비가 붙어 112 신고한 사건을 수사하다 택시 블랙박스에서 A씨의 수상한 행동을 포착했다.

이후 A씨의 계좌 거래 내용과 택시 운행 기록 등을 토대로 피해자들을 특정해 범행 일체를 밝혀낸 경찰은 이달 22일 A씨를 구속했다.

그는 수사 초기 자신의 범행을 일부 부인했지만 확보된 증거들을 보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승객이 술에 취해 기억을 잘 못 하는 상황을 이용한 범죄"라며 "기사의 일방적 주장을 듣고 돈을 건네지 말고 블랙박스 확인 등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