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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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식을 5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여파로 상장 당일 22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4만원까지 급락했다. 외국인에게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두지 않는 관행이 공모주 급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5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0.35% 내린 14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1일(상장일) 장중 22만2500원까지 오른 후 장중 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했다. 원인은 외국인의 매도다. 외국인은 상장 첫날 3525억원을 던진 후 지금까지 총 462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427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관은 45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첫날부터 주식을 내다팔 수 있는 이유는 의무보호예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의 65% 이상이 최대 6개월의 의무보유확약을 건 것과 대조된다. 법적으로 기관과 외국인의 의무보유기간을 강제하는 조항은 없지만, 경쟁이 치열한 기관들 입장에서는 의무보유기간을 걸어야만 인기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만 좋은 조건에 받는 것은 상장 주관사들의 해외영업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나 운용사는 한국 주식을 주문할때 한국 증권사에 주문을 위탁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인기 공모주를 좋은 조건에 주면서 해외 고객 유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청약의 경우 JP모건과 크레디트스위스가 전체 물량의 44%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해외 고객관리 차원에서 공모주를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 법인들이 혜택을 주는 다른 증권사로 이동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대형 공모주의 경우 청약 미달을 우려해 외국계에 배정을 우선적으로 하기도 했지만 공모주 시장이 활황인 지금에는 이런 논리도 타당하지 않다는 게 운용업계의 시각이다.

운용업계는 이같은 관행을 ‘국부유출’로 보고 있다.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한주라도 더 받으려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만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전세계 어디에도 한국 공모주 만큼 리스크 없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처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한국 공모주 시장이 외국계의 현금인출기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