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I 교육에도 '빈부 격차'
“국내 제2의 도시라는 부산마저도 줄어드는 인구, 쪼그라든 산업에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초선 시의회 의원까지 발 벗고 뛰어다니며 직업교육을 맡아줄 기업을 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시와 협력해 클라우드 직업교육 과정을 연 수도권 정보기술(IT)업체 대표는 앞서 ‘30분만 시간을 내달라’며 찾아온 시의회 인사의 요청에 혀를 내둘렀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넘어 지역 의원까지 나선 일자리 창출 노력엔 최근 지자체들의 고민인 지역 인재 취업난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지방 국립대 졸업자들의 지역 취업률이 10~20%대에 그친 통계가 화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가 촉발한 현실은 올 들어 더욱 처참하다고 IT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지 못한 지역 청년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연히 수도권으로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며, 지역 기업들의 인력난은 심화한다. 결국 발등의 불인 ‘디지털 전환(DX)’까지 미루는 게 현실이 된다.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다.

‘D·N·A(데이터·5G 네트워크·AI)’로 대표되는 신기술 분야에선 이런 문제가 더욱 증폭되는 추세다. 국내 최대 인공지능(AI) 전문가 네트워크 ‘AI미래포럼’이 이달 개최한 웨비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지방 청년들이 AI 교육마저도 소외를 겪고 있고, 이는 빈부 격차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는 “교육정보 플랫폼 온오프믹스의 AI 교육 강의를 분석해보면, 서울에 80%의 교육과정이 몰려 있다”고 했다. 이는 그대로 지방 청년들의 취업난과 지역 기업의 경제활동 약화 요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다만 ‘DNA’로 요약되는 신기술들이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정립시키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최근 인기를 누리는 AI, 소프트웨어(SW) 코딩 교육 플랫폼은 ‘자기 주도형 학습’을 강조한다. 이를 지방 기업들의 현안과 맞물려 보면 난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은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진행해야 할 실무 프로젝트도 많다. 청년 인재들에게 실무를 과제로 부여하고, 이들 스스로가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AI, 빅데이터 산업이다. 청년들이 굳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지역에서 ‘자급자족’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셈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수도권 대기업을 돌며 전통적인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수고를 덜고, 현장을 녹여낸 창의적 커리큘럼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방치하고 “사람이 없다”며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심각하게 들려온다. 지역 기업들도 ‘완성형 인재’만 찾을 것이 아니라 ‘실무와 교육’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청년들이 모든 문제를 감내하기엔 이미 그들이 진 짐이 너무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