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로저 호킨스 사망…'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연주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퍼시 슬레이지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에서 연주한 전설적인 세션 드러머 로저 호킨스가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호킨스가 미국 앨라배마주(州) 셰필드의 자택에서 지난 20일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호킨스는 폐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45년생인 호킨스는 1960년대 중반 앨라배마주 머슬숄스에 위치한 FAME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의 반주를 연주하는 세션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 녹음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빌보드 1위에 올랐고, 이듬해에 참가한 어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는 미국에서만 1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를 포함한 4명의 연주인은 스튜디오가 위치한 지역의 이름을 따 '머슬숄스 리듬섹션'으로 불렸다.

모두 백인 연주인들이었지만 윌슨 피켓과 에타 제임스, 스테이플 싱어스 같은 흑인 가수들의 히트곡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레코드 연주만 접한 일부 가수들은 머슬숄스 리듬섹션을 만난 뒤 이들이 흑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흑인 음악인 솔과 리듬앤드블루스에 백인 음악인 컨트리가 절묘하게 혼합된 이들의 연주에는 '머슬숄스 사운드'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수많은 히트곡에 참여했지만 호킨스를 포함해 머슬숄스 리듬섹션 중 누구도 악보를 읽지 못했고, 다른 연주자들에게 맞춰 리듬을 연주했다.

호킨스는 생전 인터뷰에서 "누구도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연주하라고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곡을 해석해 연주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자신의 연주보다는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후배 드러머들에게 남기기도 했다.

호킨스와 동료들이 운영한 스튜디오에서는 롤링 스톤즈와 밥 딜런 등 최정상급 스타들이 레코드를 녹음한 걸로도 유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