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지 때…공수처 "바로 보내야"vs檢 "검토 먼저"
공수처-검찰, 이번엔 '사건 이첩 시점' 놓고 신경전
검찰이 인지한 검사·고위공직자 비위를 어느 시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알려야 하느냐를 놓고 양 기관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검찰에 재이첩한 사건의 공소권이 공수처에 있다는 '조건부 이첩'(유보부 이첩)으로 한 차례 부딪힌 두 기관의 권한 갈등은 2라운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기능의 근간인 공수처법의 기본 원리는 과거 제 식구 감싸기나 권력층 비리 수사 공정성 시비 문제에 휘말려온 검찰 권한 분산이다.

이른바 검찰개혁이다.

원칙적으로 검찰 비위는 공수처가 직접 수사해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고, 나머지 고위공직자 비위도 최소한 수사는 공수처가 하라는 취지다.

공수처법은 이를 위해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검찰·고위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파악하면 이를 공수처에 알려야 하는 의무를 규정했다.

비위를 뭉개지 말고 정보를 공유하란 것이다.

문제는 어느 시점에 알려야 하는지다.

이를 놓고 공수처와 검찰은 '동상이몽' 형국이다.

공수처법상 관련 규정이 '혐의 발견', '범죄 인지'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 다소 모호하게 규정하면서 해석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의 비위는 혐의 발견 시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법이 규정(25조 2항)하는데, 이 발견을 놓고 두 기관의 해석이 크게 다르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 수사 행위까지 해봐야 발견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 자체를 알게 된 된 시점에 판단하지 말고 넘기라고 주장한다.

공수처법(24조 2항)에서 고위공직자의 비위는 인지한 경우 통보하도록 규정하는데, 이 역시 두 기관의 판단은 평행선을 달린다.

검찰은 형제번호(사건번호)를 부여해 입건한 시점을 인지라고 해석하지만, 공수처는 범죄를 인지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고소·고발도 검찰은 인지가 아니라고 보지만, 공수처는 경찰에서도 인지로 인정하고 있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수처는 최대한 빨리 받으려 하고, 검찰은 최대한 늦게 주려는 모양새다.

두 기관의 간극은 지난 14일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 수사 개시 통보를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같은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검사는 13명에 불과하지만, 검찰 검사는 2천명을 훌쩍 넘어 검찰이 파악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비위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공·검·경 3자 협의체를 해양경찰·국방부 검찰단을 포함한 5자 협의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호 견해차가 커 논의는 장기간 공전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협의체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만큼, 불완전한 공수처법을 법 취지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법 공백으로 조건부 이첩,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권, 사건 종결권 등에 대해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상호 타협과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없다면 법의 공백을 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