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여 휴전하기로 했다. 지난 열흘간 양측의 무력 충돌로 24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 끝에 이뤄진 합의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됐던 이슬람 성지에 대한 통제 문제 등이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충돌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휴전안을 승인했다. 지난 10일 하마스의 공격에 맹렬한 폭격으로 응수한 지 10일 만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안보 내각은 만장일치로 군당국과 정보기관, 국가안보위원회 등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휴전은 상호 조건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집트와 유엔 등이 중재한 휴전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21일 오전 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8시)부터 휴전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양측의 휴전을 압박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수일 내 중동을 방문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협력과 복구 노력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휴전 합의는 이뤄졌지만 양측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일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이스라엘은 알아크사 사원에 경찰과 국경수비대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하마스는 10일 선제 로켓포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도 곧바로 전투기를 동원한 가자지구 폭격에 나서며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졌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알아크사 사원 통제 등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동예루살렘 내 유대인 정착촌 규모가 커지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강제 추방당하는 문제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