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민청원에 "태극기 몸에 둘렀다고 입장 제지당했다" 주장
국립묘지법에 반입금지 규정無…'묘지존엄 해칠 우려 행위' 금지
국립묘지내 정치적 의사표현 허용 한도가 논쟁의 본질
[팩트체크] 국립현충원에 태극기 반입 못한다?
조준형 기자·김예정 인턴기자= '현충원에 태극기를 소지하고 입장하려 했다가 제지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충원 태극기 소지입장 금지와 애국가 금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현충원을 방문했는데 태극기를 둘렀다는 이유로 입장을 제지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 항의하자 안내 센터로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5월 5·18 단체가 와서 집회를 했었고, 태극기를 금지해달라는 민원이 있었기 때문에 태극기 소지 입장 금지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썼다.

해당 청원은 20일 현재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로, SNS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장소에 국가의 상징물인 국기를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연합뉴스는 우선 현충원에 태극기 등을 반입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있는지 여부부터 확인해봤다.

[팩트체크] 국립현충원에 태극기 반입 못한다?
◇국립묘지운영법에 태극기 반입 금지규정 없어
현충원 운영과 관련한 법률인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충원 반입금지 물품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당연히 태극기 반입을 금지한 내용은 없다.

다만 이 법률 제20조에 "누구든지 국립묘지 경내(境內)에서는 가무(歌舞)ㆍ유흥(遊興), 그 밖에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국립묘지의 경건함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추모(追慕)음악회 등 현충 선양 활동은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와 더불어 같은 조문은 "국립묘지관리소의 장은 제1항(경내 가무·유흥 등 존엄 해칠 우려있는 행위 금지)을 위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이를 제지하거나 경외(境外)로 퇴거시킬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태극기를 휴대하거나 애국가를 부르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며 "그것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고성방가를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정도면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현충원 예규에 정치적 집회 불허할 수 있다는 규정 신설
이와 함께 현충원 안에서의 정치적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예규가 최근 신설된 사실도 확인된다.

국립서울현충원이 지난달 2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경내 정치적 집회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영 예규 개정이 이뤄졌다.

서울현충원은 "서울현충원에서는 국립묘지설치법 제 20조 1항에 의거 국립묘지의 존엄을 유지한 가운데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고 명복을 기원하는 추모행사를 검토 후 승인 또는 지원하고 있으나, 지난해 이어 최근에도 현충원 경내에서 협의 되지 않는 우발적 집회· 시위가 발생하고 있어 국립묘지 존엄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충원은 이어 "정치적 집회 등 묘지의 존엄 훼손이 우려되는 추모행사는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운영예규를 개정했다"고 부연했다.

◇엇갈리는 양측 주장…청원인 "태극기 이유로 입장 저지당했다" vs 현충원 측 "국립묘지 존엄 해칠 우려 때문"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남는 쟁점은 결국 현충원 측의 시민 입장 제지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 국민청원 작성자와 현충원 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청와대 청원인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현충원을 방문했는데 태극기를 둘렀다는 이유로 입장을 제지당했다"며 "현충원에서는 태극기를 돌돌 말아 안보이게 가져가는 건 되지만 보이게 두르거나 소지 하는 건 안된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한 현충원 관계자는 "태극기 때문이 아니라 불법시위 우려 때문에 방호원이 입장을 저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건이 있었던 것은 5월5일이며 3명 정도가 찾아왔는데, 한 여성이 미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4.15 선거(작년 총선)는 부정선거' 등 정치적인 구호를 몸에 쓴 채 입장하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원인 측은 태극기 반입으로 인해 입장을 제지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현충원 측은 방문객들의 복장 등으로 미뤄 현충원내 시위가 우려됐기 때문에 제지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팩트체크] 국립현충원에 태극기 반입 못한다?
연합뉴스가 최근 서울현충원 입구에서 촬영된 태극기 반입 논란 관련 복수의 유튜브 영상들을 살펴본 결과,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채 태극기를 두르고, 몸에 정치적인 구호를 적어 붙인 시민과 유튜버의 영상 촬영 등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충원 방문에 참배 뿐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현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할 여지는 있어 보였다.

단, 이런 정치적 의사표현을 법률이 금지한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보인다.

또 영상을 보면 방호원들이 유튜버에게 태극기를 접은 채 입장하라고 요구하고, 유튜버는 그에 반발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영상에서 현충원 방호원은 태극기를 든 시민에게 "대형 태극기를 갖고 다니는 걸 보는 게 불편하다는 유가족 민원이 들어왔다"며 "태극기는 입구에 맡겨놓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도 담겼다.

종합하자면, 태극기 소지자가 현충원 안에서 시위를 할 수 있다고 본 방호원이 태극기를 접고 가라거나 맡기고 가라는 등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또 그 말을 들은 사람은 '태극기 반입을 이유로 입장을 저지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논쟁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사안의 본질은 국립묘지내 정치적 의사표현의 허용 범위인데, 엉뚱하게 태극기 반입 논쟁으로 비화한데는 현충원 관계자가 입장 제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반입 불허 품목이 아닌 태극기 문제를 거론한 것이 오해를 산 측면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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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