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사장은 “후배들에게 성장동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마지막 미션”이라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장희구 사장은 “후배들에게 성장동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마지막 미션”이라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2년간 사업구조 전반을 점검했다.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매출은 안정적으로 연 4조원대를 유지했다. 영업이익도 연 2000억원 안팎을 오갔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큰 타격 없이 버텨냈다. 산업 자재, 화학, 패션 등 다양한 사업군 덕분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내부에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성장동력의 부재 탓이었다. ‘안정’이 아니라 ‘변화’가 시급했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집중 투자할 분야를 찾아 나섰다. 수소사업에 진출하고, ‘1등 상품’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소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코오롱 미래는 수소…통큰 투자할 것"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17일 기자와 만나 “그룹 차원에서 수소경제를 아우르는 수소사업단을 조만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수소사업단(가칭)은 지주사인 ㈜코오롱과 사업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이 주축을 이룬다.

사업단은 수소 생산부터 운반, 활용까지 수소경제 전반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우선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연료전지 소재인 수분제어장치 공급처를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다. 장 사장은 “수소차를 제조하는 해외 자동차업체라면 어디든 가져다 쓸 수 있는 표준형 모듈 형태로 수분제어장치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수분제어장치뿐 아니라 막전극 접합체(MEA), 고분자 전해질막(PEM) 등 수소연료전지 부품 생산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완료했다”며 “현재 기술로 수소연료전지 전체를 제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소규모 수소발전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건설업을 하는 코오롱글로벌이 짓는 아파트 단지에서 소규모 수소발전을 할 수 있도록 사업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수소연료전지 소재와 부품의 원재료인 과불소계 술폰산 이오노머(PFSA)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국내 기업 중 코오롱이 가장 앞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이 PFSA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1등 아니면 생존 어렵다”

기존 사업에선 단계적 성장이 아닌, 급진적이고 대대적인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장 사장은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등도 가능한 방안”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안정적인 것은 장점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생산설비를 조금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부 역량을 키워 성장하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사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합종연횡’을 꾀하겠다는 의미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력 제품인 아라미드, 타이어코드 등은 글로벌 기준 3위권이다.

장 사장은 “코오롱그룹의 경영계 순위가 과거 10위권에서 현재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후배들에게 성장동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마지막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1986년 코오롱에 입사한 장 사장은 그룹 내 선임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새로운 시장도 창출하겠다”며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 필름)을 예로 들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CPI 필름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겉면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샤오미 레노버 등 대부분의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코오롱인더스트리 CPI 필름을 쓴다.

장 사장은 “폴더블 태블릿 PC, 폴더블 노트북 등은 CPI 필름을 대부분 채택할 것”이라며 “아직은 시장이 작지만 한번 커지기 시작하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