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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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대 후반 여성이 새언니에게 장애인을 소개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A 씨는 "장애인을 무시하고 비하하려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며 "3살 차 오빠 B가 결혼한 지 약 1년 됐다"고 운을 뗐다.

어느 날 오랜만의 식사 자리에서 새언니 C 씨는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요. 아가씨도 결혼해요"라며 "직장동료 중에 좋은 사람 있는데 만나볼래요?"라고 물었다.

A 씨는 아직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약속을 잡기로 했다.

만나기로 약속된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휠체어 탄 남성이 다가와 "혹시 ○○씨 맞으세요?"하고 물었다.

A 씨는 새언니로부터 소개팅남이 장애인이라는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던 터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상대방 D 씨는 오히려 만남의 대상이 비장애인이라는데 되려 놀란 눈치였다.

D 씨는 "죄송하다"는 A 씨를 향해 "새언니가 실수한 것 같은데 그럴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지"라고 했고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15분 만에 헤어졌다.

집에 들어간 A 씨는 "왜 이리 빨리 왔냐", "남자가 너 맘에 안 든대?", "그래서 밥도 못 먹고 온 거야?"라고 꼬치꼬치 묻는 엄마의 질문에 그만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A 씨는 소개팅 자리에서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부모에게 "그게 아니라 휠체어 탄 사람이 나왔어"라고 말하고 계속 울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부모님은 전화를 걸어 B 씨 부부를 당장 오라고 했다.

엄마는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C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정작 그는 '아무것도 몰라요' 같은 표정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라 소개해 준거에요. 장애 있다고 사람 차별하시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오냐 너 말 잘했다. 그럼 너는 왜 사지 멀쩡한 내 아들이랑 결혼했냐"고 했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B 씨 또한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처제한테는 소개해줬어? 결혼 안 한 사촌 동생들도 많잖아. 거기도 소개해줬어?"라고 쏘아붙였다.

한바탕 소동이 빚어진 후 오빠 부부는 집으로 돌아갔고 C 씨는 이윽고 "아가씨가 싫어서 그랬다"는 답을 들려줬다.

어려서부터 A 씨와 B 씨 남매는 축구 중계를 즐겨 봤다.

챔피언스리그를 앞둔 어느 날 A 씨가 "며칠 후 우리 집에 와서 축구 볼래?"라고 오빠에게 물었다. 새언니가 잠자는 데 방해도 되지 않고 본인도 부모님이 지방 가신 빈 집에서 혼자 축구를 보기 쓸쓸했기 때문이다.

B 씨는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자정쯤 와서 잠시 자다가 새벽 3시 40분 중계를 보고 아침 6시에 집에 돌아갔다.

A 씨는 "당시 C 씨 또한 좋다고 허락해 준 일이라 이런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C 씨는 나중에서야 이 일로 시누이가 너무 싫어졌음을 고백했다. 남편을 뺏긴 기분이라 복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A 씨 "백번 양보해서 제가 다 잘못했다 쳐도 이렇게 허접한 일을 꾸몄다는 게 너무 기가 막힌다"고 했고 B 씨와 부모님은 C 씨가 순진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장애인 차별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 때문에 더 화를 냈다.

A 씨는 "장애인이 같은 사회 구성원이라고 존중하는 것과 아무 설명 없이 소개팅서 만난 것과는 다른 문제다"라며 "남의 집 일에 엮여서 어이없는 봉변을 당한 D 씨에게 죄송해서 사과 전화를 다시 했다"고 전했다.

D 씨는 "신경 쓰지 말라"며 마지막까지 신사적으로 A 씨를 대해줬다.

A 씨는 "새언니가 한 말 중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 한가지는 사실이었다"며 "기분 나빴을 텐데 마지막까지 티를 내지 않으려 해서 더 죄송했고 그래서 새언니를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고 했다. B 씨 또한 "이렇게 좋은 분한테 아내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이어진 후기를 통해 "오빠는 새언니와 결국 이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A 씨 엄마가 "다시는 C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있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부부 사이도 갈등이 깊어진 탓이다.

A 씨는 "저는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풀렸지만 오빠는 더욱더 힘들어 했다"며 "사돈어른은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미안해했다"고 했다.

해당 사연은 몇 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사연이다.

장애인을 소개받은 만남의 자리가 주제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시누이와 올케 간 미묘한 감정적 갈등을 시작으로 오빠 부부간의 갈등이 이혼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누이를 당혹스럽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직장동료를 소개를 해준 새 언니의 행동에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이인철 변호사는 "새언니의 행동에 대해 도의적인 문제를 떠나 법적 책임은 없다"면서 "하지만 시어머니 행동으로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되고 정도가 심하면 위자료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사례에서는 시어머니가 갈등의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없고 이 일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이 격화된 것이므로 시어머니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개팅이나 맞선 등에서 만나 결혼한 배우자가 알고 보니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이인철 변호사는 "실제로 이런 이유로 파혼이나 이혼을 상담하면서 자신이 상대방에게 속았다며 억울하다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데 단순히 장애가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이혼 사유나 혼인 취소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판례는 사기 결혼 즉 혼인 취소 사유로는 만약 결혼을 결정할 만한 중요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기만한 경우에만 혼인 취소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한 여교사가 불임 남성과 결혼한 사례를 들었다.

"33세 교사 아내가 남편에게 불임의 원인과 성 기능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결혼했다며 39세 의사 남편을 상대로 낸 혼인 취소를 청구한 사건이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중매로 결혼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불임 검사를 받았습니다. 남편이 무정자증에 염색체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이가 나빠지고 결국 별거 상태로 지내다가 아내가 '남편이 성 기능 장애가 있다는 것을 속이고 사기 결혼을 했다'며 남편을 상대로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원심 법원은 '아내는 남편이 성 기능 장애와 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혼인을 취소한다며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내의 혼인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애가 부부생활에 크게 문제가 된다고 볼 여지가 없고,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이 변호사는 "장애나 어떤 질병이 있는 경우 그 사람은 마음고생이 심할 것이고 고의로 기만한 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할 것"이라며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도 있고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상대방이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면 그 문제로 그 사람을 다시 힘들게 할 것은 아니고 결혼을 할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런 문제는 상대방이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솔직하게 미리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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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