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볼 카운트에 따라 외야 4명 쓰기도…번트와 전력 질주로 대응
시시각각 변하는 수베로 시프트…뚫으려는 타자들의 노력
김현수(33·LG 트윈스)는 한화 이글스 수비진이 3루를 비우고, 2루와 1루 사이에 내야진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자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3루 쪽 파울 라인 근처로 굴러가던 공은 베이스 근처에서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김현수는 씩 웃었고, 한화는 3루수 노시환을 다시 3루 쪽으로 배치했다.

9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더블헤더 2차전, 9회말에 벌어진 흥미로운 장면이다.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프트'를 쓴다.

한화의 극단적인 시프트에 다른 구단 타자들도 여러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화 야수진의 위치는 볼 카운트 따라 바뀐다.

9일 LG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극단적인 장면도 나왔다.

잡아당기는 타구가 많은 로베르토 라모스와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변화의 폭이 가장 컸다.

한화는 라모스와 김현수가 처음 타석에 들었을 때는, 내야수 4명이 1루와 2루 사이에 서는 '이제는 매우 익숙해진 시프트'를 썼다.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좌타자가 타석에 설 때 내·외야수가 1루 쪽으로 이동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다.

한화 외에도 이런 '내야진 시프트'를 활용하는 팀은 많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베로 시프트…뚫으려는 타자들의 노력
그러나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되면 한화 야수진은 더 극단적으로 변한다.

9일 더블헤더 1차전 2회말 라모스가 볼 2개를 고르자,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중견수 유장혁과 우익수 임종찬 사이에 이동했다.

좌익수 장운호까지, 총 4명이 외야 펜스 앞에 '구역'을 나눴다.

수베로 감독은 "타자들은 볼 카운트가 유리해지면 더 강한 스윙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라모스도 볼 카운트가 유리해지면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를 만들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판단했고, 외야수를 한 명 늘리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활용했다.

실제로 더블헤더 1차전 2회, 라모스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외야에 야수 4명이 서 있어도, 빈 곳은 생긴다.

라모스의 타구는 우중간에 서 있는 하주석과 우익수 임종찬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한화의 분석은 적중했지만, 타구의 낙구 지점까지 조정할 수는 없었다.

라모스는 대부분의 타석에서 '강한 스윙'으로 극단적인 시프트에 맞섰다.

많은 타자와 지도자가 선호하는 방법이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시프트를 신경 쓰다가 타격 밸런스를 잃을 수 있다.

아웃되더라도 자신의 스윙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옳다"고 밝혔다.

많은 거포도 "더 강한 타구로 시프트를 뚫겠다"고 말한다.

라모스도 9일 더블헤더 1·2차전에서 10타수 5안타로 맹활약했다.

한 번은 '예상외의 타구 방향'으로 시프트를 뚫기도 했다.

라모스는 더블헤더 2차전 5회말에는 한화 좌완 김범수의 타구를 툭 밀어쳐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한화 내야진은 모두 1루와 2루 사이로 이동한 터라, 라모스의 타구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좌익수 앞까지 굴러갔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베로 시프트…뚫으려는 타자들의 노력
'전력 질주'도 시프트를 뚫는 방법의 하나다.

김현수는 더블헤더 1차전 4회말, 1루와 2루 사이로 타구를 보냈다.

당시 한화 2루수 정은원은 우익수 앞까지 이동해 있었다.

외야 잔디 위에서 공을 잡은 정은원은 서둘러 1루에 송구했다.

그러나 전력 질주한 김현수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김현수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등 순간적인 대처로 한화 내야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는 분석의 산물이다.

한두 번 실패하더라도, 적극적인 변형 수비를 펼치겠다"고 했다.

타자들도 '한화 시프트'에 적응하고 있다.

한화의 극단적인 시프트를 뚫고자 더 강한 타구를 만들고, 더 빨리 달리고, 때론 허를 찌르는 등 타자들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도 2021시즌 KBO리그를 즐기는 방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