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며 돈을 받아 중복취업으로 고소당한 30대 개발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등 정황을 볼 때 실질적으로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중복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이동욱 부장판사는 업무상 배임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3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A사에서 2017년 7월부터 휴대전화 앱 개발자로 일하다 2018년 1월 또 다른 개발회사에 취업해 두 회사에 동시에 다니며 A사 법인카드로 4개월간 78차례에 걸쳐 104만 6천원을 사용하고, 월 150만원씩 10개월간 1천500만원의 급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씨가 A사를 위해 일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급여를 받았고, 법인카드를 업무와 무관한 곳에 사용해 회사에 피해를 줬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A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매월 받은 급여인 150만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적은 금액이며, 근로자로서 받는 급여가 아니라 일정 기간에 앱 개발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받은 도급·위임 대가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이씨가 계약 기간 다른 회사에 취업했더라도 근로계약상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경업금지 의무나 A사 업무에 전념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A사 업무를 수행할 의사 없이 급여를 받았다고 단정할 합리적 근거도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씨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업무 수행상 필요한 경비는 모두 A사가 부담하게 돼 있으며 카드 사용 내역에서 업무 외 용도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정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