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건 3년 넘게 지나 소 제기"…피해자 항소 포기
'제자 성추행' 무용가, 시효 지나 민사소송서 승소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유명 무용가가 피해자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했으나 시효가 지나면서 승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이오영 부장판사)는 A씨가 무용가 류모(51)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류씨는 2015년 4∼5월 자신의 개인 연습실에서 제자인 A씨를 안고 입과 목에 자신의 입을 맞추는 등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A씨는 류씨의 형사사건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작년 7월 "치료비와 위자료 총 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류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류씨가 A씨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가 발생한 지 3년 넘게 지나서야 A씨가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 기준 시점이 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한 날'이란 불법행위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을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멸시효는 형사상 소추와 무관하게 민사관계에서 고유한 제도인 만큼 관련 형사사건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이 사건 불법행위가 벌어진 2015년 4∼5월께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수 있고, 3년 넘게 지난 2020년 7월 소송을 제기한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