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경찰법 재정지원 두고 충돌, 아전인수격 주장 되풀이
조례 제정한 곳도 예산지원 고민…"모순 없도록 상위법 정비해야"

자치경찰조례를 둘러싼 충북도와 충북경찰의 갈등이 여러 달 이어지고 있다.

양 측이 법리해석을 두고 팽팽한 평행선을 이어가면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자치경찰제 시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 규정을 정비해 소모적인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 자치경찰조례 왜 시끄러운가 보니…지원금 100배 왔다갔다
◇ 조례 문구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5일 충북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충북을 비롯해 서울·경북·울산·전북 5곳이 아직 자치경찰조례를 제정하지 못했다.

서울·경북·울산·전북은 의회 의결을 앞뒀고, 충북은 지난달 30일 간신히 의회를 통과했지만 집행부가 이의를 제기하며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충북도가 문제 삼는 건 후생복지 규정을 담은 이 조례 16조이다.

애초 경찰은 후생복지 지원 대상을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찰법)의 '시·도지사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근거 삼았다.

그러나 충북도는 '국가의 재정부담을 지자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지방자치법을 내세워 지원 대상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제한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 소속 독립 합의제 행정기구인데, 여기에 속한 경찰공무원만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이 부분은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수정됐지만, 충북도는 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 측이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는 것은 지원 대상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도에서 부담할 예산 규모가 최대 100배 차이나기 때문이다.

대략 사무국 소속 경찰 공무원은 25명 안팎,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은 500∼700명, 자치경찰사무 수행 공무원은 2천∼2천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후생복지 지원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1인당 50만원 가량 차이나는 도청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의 복지포인트를 엇비슷하게 맞춘다고 가정할 때 적게는 1천250만원, 많게는 12억5천만원의 재정 부담이 생긴다.

충북도 관계자는 "자치경찰 공무원에 대한 후생복지 지원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의무를 시도에 전가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충북도가 도의회를 통과한 조례를 부정하고 종전의 주장을 반복해 유감"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돼 안타깝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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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례 만든 강원·충남 고민도 여전
충북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는 모두 경찰의 요구를 수용해 후생복지 지원 조항을 만들었다.

경찰이 충북도의 행보를 '딴지걸기'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의 문제 제기처럼 후생복지 관련 지원 근거가 명확지 않아 조례를 만들고도 이를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달 자치경찰을 공식출범한 강원도는 추경안에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예산 약 9억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후생복지 명목으로 세운 지구대와 파출소 시설 개선비 등이다.

하지만 예산을 직접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땅하지 않아 방법을 궁리하는 중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찰과 논의를 통해 지원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치경찰을 시범운영을 중인 충남도 역시 추경안에 자치경찰위원회 운영경비를 편성하면서 후생복지 대상은 '위원회 소속 파견 공무원'으로 압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조례에 따라 후생복지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느 범위까지 지원할지는 관련 규정을 따져본 뒤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위원회 운영에 집중하고, 후생복지는 적절한 시점에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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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적 모순…상위법 개정해야
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갈등을 막기 위해 상위법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상교(충주1) 충북도의원은 지난달 30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방자치법의 '국가의 부담과 기관운영 등의 비용을 지자체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정과 경찰법의 지자체가 재정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 부분이 충돌하면서 법률적 모순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이 분열되는 게 안타깝다"며 "국회가 두 법의 상충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두영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공동대표는 "현행 경찰법 대로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를 일방적으로 뒤집은 무늬만 자치경찰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충북도와 충북경찰의 대립처럼 앞으로 수없이 많은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하고, 재정을 전액 국비에서 지원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