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사퇴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이 열린 지 3주 만이다. 역풍이 거세지자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도 직접 나서지 않던 홍 회장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대외적으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상황인 만큼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홍원식 회장 사퇴…"자식에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홍 회장은 이날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그는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에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남양유업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회사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건과 외조카 황하나 씨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울먹였다. 이어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범죄 혐의 당시에도 남양유업은 홍 회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홍 회장 본인이 공식석상에서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재계에선 앞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한 만큼 홍 회장의 퇴진도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란 반응이 나왔다.
부적절한 회삿돈 사용 논란에 휩싸인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도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상무는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며 보직 해임됐다. 홍 상무는 그동안 회사 비용으로 외제차를 임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아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에 주가는 '급등'
홍 회장의 사퇴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했다. 홍 회장 사퇴로 불매운동 등이 잦아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린 결과로 풀이된다.이날 오전 11시11분 기준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3만4000원(10.27%) 뛴 3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40만9500원까지 올라 40만원선을 웃돌기도 했다.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으로 전방위 역풍을 맞고 있는 남양유업은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이 발단이 됐다. 남양유업 측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는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제품을 접촉시키는 방식의 연구 방법으로는 코로나19 예방 및 사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연구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점, 심포지엄과 남양유업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남양유업은 식약처가 고발 조치한 뒤인 지난달 16일에야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결국 홍 회장이 본인과 자식의 경영권 배제 결정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홍 회장의 개인 지분 처분 등의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선 별도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오너인 홍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오너 일가의 회사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 회장의 지분(51.68%)을 포함해 총수 일가 지분이 53.85%에 달한다.
오정민/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