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더리움(ETH) 가격이 역대 최초로 400만원을 넘었고 알트코인 불장(황소장)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장중 424만7000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400만원을 넘어섰다. 1년 전만 하더라도 25만원에 불과했던 이더리움은 전고점인 2018년 1월10일의 243만7000원을 가뿐히 넘겨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있다.

국내 가격만 오른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도 이더리움은 최고가인 3454달러를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투자은행(EIB)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는 소식과 바이낸스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심을 자극했다.

거래소를 빠져나가 분산금융(DeFi) 서비스, 이더리움 2.0 등으로 이동한 이더리움이 증가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암호화폐 데이터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암호화폐 거래소에 보관된 이더리움은 188만개에 그쳤고,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행된 이더리움은 1억1572만개에 달한다. 거래 가능한 이더리움이 극히 적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도미넌스(시장 지배력)가 50% 아래로 내려왔다. 사진=코인마켓캡
비트코인 도미넌스(시장 지배력)가 50% 아래로 내려왔다. 사진=코인마켓캡
업계는 단순히 이더리움의 몸값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 가격이 많게는 100배씩 뛰는 '알트코인 불장'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유는 연일 하락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시장 지배력)'에서 찾을 수 있다.

연초 71%를 넘겼던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최근 50%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의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는 의미다.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 기준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507조2300억원 규모다. 같은 시각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47.81%였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 등 주류 알트코인으로, 이후 비주류 알트코인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BTC의 토니 스필로트로 애널리스트는 "알트코인 비중이 2017~2018년 불장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트코인 불장이 펼쳐졌던 2018년 1월 당시에도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62.80%에서 32.81%까지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은 240만원대까지 올랐고 비주류 암호화폐들의 도미넌스도 32.75%까지 상승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이더리움의 도미넌스는 15%대, 비주류 암호화폐 도미넌스도 19% 수준에 그친다. 40%대인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30%대로 추가 하락한다면 알트코인들 상승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토니 애널리스트는 "알트코인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더리움, 라이트코인(LTC) 등 주류 알트코인이 먼저 상승한 다음 비주류 알트코인의 급상승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도 “올 가을까지 알트코인 위주로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알트코인은 급등 후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폭락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토니 애널리스트는 "알트코인은 상승 패턴이 끝나는 시점에서 최대 99%까지 붕괴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데미 로스 코인쉐어스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유동성이나 거래량이 적은 알트코인은 높은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