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아들을 찾고 있지만 단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딱 한 번만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만약 만나지 못할 상황이라면 살아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
김길임(67·서울 강서구 방화동) 씨의 삶은 1982년 11월 1일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이날은 김 씨가 아들 황성윤(46·실종 당시 9세) 씨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다.

김 씨는 1일 연합뉴스에 "당시 이혼 후 남편이 자신이 아들을 키우겠다고 데려갔다"며 "난 식당 일 등으로 생계를 꾸려갔기 때문에 아들과 함께 살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에 한두 번씩은 꼭 남편이 사는 서울 양천구 목동으로 아들을 만나러 갔다"며 "출근 전 새벽이든, 퇴근 후 늦은 밤이든 짬이 나는 대로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1년을 보내던 어느 날, 아들은 김 씨에게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고, 김 씨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보채는 아들을 재웠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본 아이의 모습이었다
남편은 예고도 없이 이사를 떠났고, 수소문했으나 이사를 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는 물론이고 수도권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꼬마가 이제는 중년이 됐지만 난 바로 알아볼 수 있다"며 "언젠가 재회하는 날이 온다면 일단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오른쪽 코에 사마귀가 있었고 왼쪽 이마에 연탄집게로 찍힌 흉터가 있다"며 "어디선가 분명히 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 눈물을 지었다.

"40년 전 잃어버린 아들,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박금자(78·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씨도 1984년 9월 12일 집 근처인 서울 금천구 독산동(당시 구로구)에서 아들 정희택(40·당시 3세) 씨를 잃어버렸다.

박 씨는 "잠시 낮잠을 자고 있던 사이에 집 앞에서 놀다 오겠다고 한 아이가 사라졌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까지도 아이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생업을 제쳐두고 40년 가까이 전국 어린이집과 보육원을 샅샅이 뒤졌다"며 "전단도 만들어 돌리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 돈을 요구하는 전화나 가짜 제보, 협박 등도 숱하게 걸려왔으나 그런 연락조차 소중할 정도로 박 씨의 마음은 절박했다.

단념할 생각은 들지 않았냐고 묻자 박 씨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자식을 포기할 부모가 누가 있겠습니까? 40년이 흘렀지만 만나기만 한다면 저는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자신해요.

"
그는 "둘째 발가락이 빨갛다는 것 정도가 아들의 특징"이라며 "만나기만 한다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40년 전 잃어버린 아들,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실종아동(실종 당시 만 18세 미만 기준)은 2016년 1만9천870명, 2017년 1만9천956명, 2018년 2만1천980명, 2019년 2만1천551명, 2020년 1만9천146명으로 매년 2만 명 안팎으로 발생했다.

10년 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장기 실종 아동도 600명에 이른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실종 아동을 발견했을 경우, 장소를 이동하지 말고 이름과 사는 곳,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달랜 뒤 경찰서 등에 인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동 소지품 등에 연락처가 없다면 경찰청(☎ 112)이나 실종아동 신고 상담센터(☎ 182)로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