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주택세금 부과 체계 문제 있다
경제정책은 대체로 국민의 상식에 맞아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나쁘면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당국은 돈을 푸는 게 상식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점차 금리를 올리고 푼 돈을 회수해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정책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를 가리키는 용어가 ‘정책 수용성’인데 수용성은 상식과 기대에 부합할수록 높다.

어쩌다 경제정책이 상식과 따로 노는 경우가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헛다리를 짚을 때다. 한국은행이 2008년 8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08년 여름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험이 커져 불안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한은은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연 5%였던 기준금리를 연 5.25%로 높였다. 이후는 모두 아는 대로 흘러갔다. 바로 다음달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한은은 그해 10월부터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2009년 2월엔 연 2%까지 낮췄다. 한은이 두고두고 비판받는 치명적 실수 중 하나다.

최근엔 주택 관련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제도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9%나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아파트가 핵심인 공동주택을 보면 세종의 공시가격이 70% 넘게 올랐고 경기는 24% 가까이 뛰었다. 서울과 부산도 20%가량 인상됐다.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는 반드시 오르게 돼 있다.

집값이 올라서, 즉 공시가격이 상승해서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면 거기에 저항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그대로 있거나 오히려 하락하는데 정부가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없을까. 현행 제도에선 이런 경우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주택 보유세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찬찬히 살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우선 재산세만 보자.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재산세도 (과세표준×세율)로 산출된다. 여기서 과세표준은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로, 공시가격은 (시세×공시가격현실화율)로 나뉜다. 전체를 다 해보면 재산세는 (시세×공시가격현실화율×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이 된다.

시세 12억8572만원짜리 주택이 있다고 치자. 시세 대비 공시가의 비율을 뜻하는 공시가격현실화율이 70%라면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9억원이 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하면 과표는 5억4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구간별 세율 0.1~0.4%를 적용하면 재산세는 153만원이다.

하지만 시세는 그대로인데 공시가격현실화율이 높아지면 과표 자체가 상향돼 세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70.2%인 공시가격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높이기로 했다. 집값은 그대로여도 세금은 늘어난다. 심지어 일정 범위 내에서 집값이 떨어져도 세금은 높아지게 돼 있다. 계산상 시세가 2% 떨어져도 세금은 오른다.

종부세의 경우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란 변수가 추가돼 시세가 더 떨어져도 세금은 늘게 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의뢰해 한국감정평가학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내년에 집값이 5% 내려도 종부세는 증가한다.

국민들이 보유세에 민감한 것은 ‘생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에서 내는 것이지만, 보유세는 월급이나 갖고 있는 돈에서 내야한다. 만약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세금을 더 내라면 정말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일각에선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집값은 크게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선 2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시가현실화율은 80%를 넘어선 안 된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공시가가 집값보다 비싸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