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공평한 중재자"…푸틴, 우크라 돈바스 회담 거부 뒤
젤렌스키, 이번엔 "바티칸에서 만나자" 푸틴에 제안
러시아와 접경한 자국 동부 지역(돈바스) 분리주의 분쟁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엔 바티칸(교황청)을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로마나 교황청이 러-우크라 정상회담 장소가 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바티칸은 평화 회담을 위해 이상적인 장소"라고 답했다.

그는 "교황청은 국제적으로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고 모든 분쟁 당사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에 항상 중재자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청은 전적으로 도덕적인 세력으로 남아있으며, 항상 정치·군사적, 경제적 이익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행동한다"면서 "교황은 소명상 평화의 선지자다"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측이 동의한다면 바티칸에서 교황의 중재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일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이어지는 돈바스 지역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었다.

이 제안에는 분리주의 반군이 사실상 러시아의 지원과 조종을 받고 있어 돈바스 분쟁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와의 담판이 불가피하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인식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돈바스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우선 도네츠크공화국, 루간스크공화국 대표들(분리주의 반군 세력)과 만나고 그 뒤에 러시아를 포함한 제3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돈바스 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자 관계 논의를 위해 모스크바에서 만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젤렌스키는 26일 "내겐 회담의 내용이 중요하지 회담 장소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라면서 모스크바 회담 제안에 응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젤렌스키, 이번엔 "바티칸에서 만나자" 푸틴에 제안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성향의 반군이 러시아의 2014년 3월 크림반도 병합 이후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다.

프랑스·독일·러시아·우크라이나 등 4개국은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4자 정상회담을 열어 돈바스 평화 구축을 위한 민스크 협정을 채택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턴 다시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대규모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지난주 러시아가 돈바스 인근으로 증강 배치했던 자국군에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고조됐던 긴장이 다소 완화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