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자회견 "한센 피해보상은 민간 연대 통한 과거사 해결 선례"
日정부 보상 청구한 한센병 피해자들 "위안부 문제도 해결하라"
일제강점기 강제격리로 고초를 겪은 한센병 환자 가족들이 일본 정부에 대한 보상금 청구 사실을 알리며 위안부·강제노역 등 다른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한센가족보상청구변호단과 사단법인 한센총연합회 등 4개 단체는 2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일본 정부 상대 보상금 청구'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가 한국 한센 가족 피해자들에게 보상의 길을 열어준 것처럼 일본군 위안부, 강제노역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같은 관점과 해법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한센병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보상과 사과 문제는 아직 갈등의 골이 깊은 일본군 위안부·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문제보다 먼저 해결됐다.

일본은 1930년대 '나병예방법'을 시행한 이후 1990년대까지 한센병 환자에 대해 격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대만의 한센병 환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한센병 격리촌이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는 1940년대 무렵 강제 수용된 환자가 6천여 명에 달했고, 그 가족들도 정관 수술과 낙태, 강제 노동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어야만 했다.

보상은 2001년 일본의 한센병 환자가 자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처음 물꼬를 텄다.

일본 정부는 이후 일본 내 환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보상법을 제정했고, 2006년 보상 대상을 식민 치하 한국과 대만 환자들에게까지 확대했다.

여기에 2019년 일본 법원이 환자 가족들이 받은 차별 역시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아베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일본 국회는 한센가족보상법을 제정했다.

가족보상법은 환자의 친자·배우자는 180만엔, 형제·자매는 130만엔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데, 보상 대상에 일제 강점기 한국과 대만 환자 가족들도 포함됐다.

이날 쿠니무네 나오코 일본 변호사는 한센병과 다른 과거사 문제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한센병은 법률이 제정됐다는 것"이라며 "보상법 전문에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표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위안부·강제노역 피해 보상 문제도 양국 민간단체가 주축이 된 보상 운동으로 일본 내 관련 입법을 이끌어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랜 기간 한센병 피해자들을 대변해온 박영립 변호사는 "민간 연대를 통해 3국의 과거사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중요한 선례"라고 평가했다.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센병 환자 강선봉(82) 씨는 "한일 변호사님들의 협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한센병 환자 가족 62명은 지난 19일 일본 변호인단을 통해 일본 후생노동성에 피해 보상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은 피해자 가족을 추가로 모집해 추가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