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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금융위원장은 왜 2030의 공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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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인광풍'에 적절한 경고했지만
    청년층에 '공감' 없는 꼰대발언 논란

    이호기 금융부 기자
    [취재수첩] 금융위원장은 왜 2030의 공적이 됐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졸지에 2030세대의 공적이 됐다. 은 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암호화폐 관련 질의에 “(암호화폐 투기는) 잘못된 길”이라며 “어른들이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해줘야 한다”고 일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는 내재적 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며 “200개가 넘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도 (현행법상) 등록된 곳이 한 곳도 없어 9월이면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놨다.

    은 위원장 발언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셌다. 주요 언론이 크게 다루고 비트코인 등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23일 ‘암호화폐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한 블록체인 매체는 은 위원장 관련 기사를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박제’했다. 이 ‘은성수 코인’은 270만원에 팔리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공식 안건에 없던 암호화폐 질의를 불쑥 꺼내들었다. 강 의원은 “내년부터 암호화폐 차익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정작 투자자들은 보호망 밖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은 위원장은 이를 ‘그림 거래’ 비유로 맞받아쳤다. 그림도 개인이 사고팔면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는데 가격 하락에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암호화폐 과세도 마찬가지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 대 1 매매와 불특정 다수가 거래소에서 경쟁 매매하는 게 어떻게 같냐.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거세게 몰아붙이자 은 위원장도 언성을 높이며 논란이 된 발언들을 쏟아냈다.

    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논란을 빚은 것은 안타깝다. 집값 급등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상실한 청년들이 대박을 좇아 코인시장에 몰리는 현실을 공감하지 못하고, ‘꼰대’처럼 가르치려 든 태도도 분명 반감을 샀을 것이다. 거래소 폐쇄 발언 역시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 거래소 200여 곳 중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이 다수이지만 전체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이미 은행과 실명 계좌가 연결돼 실제 폐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은 위원장의 발언이 시장 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폭락은 오롯이 은 위원장의 탓이라기보다 단기 급등 부담과 미국 자본이득세 인상 추진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암호화폐의 가치 인정 문제도 한국 금융당국보다 미국 등 기축화폐를 쥔 선진국의 정책 의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표현이 좀 거칠었지만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적절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도 많다. 뜻하지 않게 이번 폭락장의 희생양이 된 은 위원장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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