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10명중 여성 1명 미만…남성독과점이 정보-자원공유 막을수도"
여성정책연구원 논문…"여성 고위직 승진 외에 사직·퇴직도 신경써야"
"여성 고위공무원 사표비율 남성의 4배…유리천정위 '유리절벽'"
"정부 고위직에 여성들이 그동안 많이 늘지 않았냐 말들 많이 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정말 권력 있고 높은 고위공무원단 몇몇 자리들은 성별로 구분한 통계도 잘 공개를 안 합니다.

여성이 그 자리에 앉아본 적이 과거에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3급 공무원 권모씨·53·여)
"교육부도 일선 초·중등 공립학교에는 전부 여자 선생님 천지인데 5급 이상 부처 일반 공무원에는 남자가 더 많아요.

작년 신문, 방송에서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가 40%가 넘는다는데 지금 다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3급 공무원 최모씨·49·여)
고위 공직자의 남성 독과점이 여전한 가운데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만큼이나 고위직 여성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경력단절을 더 많이, 일찍 경험하는 '유리절벽'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우양호 한국해양대 교수가 전·현직 여성 고위공무원 7명을 심층 인터뷰해 고위 공직사회의 유리절벽 문제를 탐구한 '고위직 여성공무원의 유리절벽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논문을 25일 공개했다.

"여성 고위공무원 사표비율 남성의 4배…유리천정위 '유리절벽'"
◇ 최근 5년간 고위직 사표 비율, 여성 37.7% vs 남성 9.4%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 1∼3급 고위공무원은 모두 1천568명으로 이 중 여성은 7.7%(121명)에 그쳤다.

나머지 92.3%(1천447명)는 남성이 차지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여성 고위공무원은 매년 평균 6.3%의 비율을 나타냈다.

고위공무원 10명 중 여성은 1명이 채 안 되는 실정으로, 고위직에서 여성은 여전히 대표성이 낮고 희소하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고위공무원단 안에서도 여성의 퇴직률은 남성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189.6명이 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임기가 끝나기 전에 스스로 사표를 쓰고 그만둔 의원면직이 연평균 169.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기를 다 채운 당연퇴직은 14.0명, 인사권자가 공무원 직위를 박탈하는 직권면직은 4.0명, 파면 등 징계를 통한 징계퇴직은 2.6명 등의 순이었다.

2016년부터 5년간 연평균 재직자 대비 퇴직자 비율을 성별로 보면 여성은 재직자 96명 중 37.7%에 해당하는 36.2명이 의원면직으로 그만둔 반면 남성은 재직자 1천420명 중 연평균 132.8명(9.4%)이 의원면직으로 퇴직했다.

여성 고위공직자의 임기 전 퇴직 비율이 남성의 4배에 달했다.

직권면직으로 퇴직한 여성 비율(1.9%·1.8명) 역시 남성(0.2%·2.2명)보다 높았다.

당연퇴직 비율은 여성 3.5%(3.4명), 남성 0.9%(12.4명)였고 징계퇴직 비율은 여성 0.6%(0.6명), 남성 0.1%(2.0명)였다.

최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현직자 대비 의원면직 고위공무원 여성 비율은 39.7%로, 남성(9.7%)의 4.1배에 이르렀다.

직권면직과 징계퇴직을 한 여성 비율도 각각 0.8%로 역시 남성(각 0.1%)을 웃돌았다.

당연퇴직은 여성 1.7%, 남성 0.8%였다.

우 교수는 "전반적인 퇴직통계 현황만 놓고 봐도 고위공무원단에서 여성대표성이 쉽게 늘지 않는 이유가 부분적으로 보인다"면서 "'공무원의 꿈'이자 '공직사회의 꽃'으로 불리는 중앙정부 고위공무원단 내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오래 견디지 못할 개연성이 추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위공무원단에서 여성의 숫자가 희소함에도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많이 그만두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 고위공무원 사표비율 남성의 4배…유리천정위 '유리절벽'"
◇ "고위공무원 상층부 남성 독과점…정보·자원 공유 막을 수도"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 우 교수는 "고위공무원단에서는 여성의 주변에 여성이 별로 없어서 의지할 곳도 없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직장사회에서 고립이 될 가능성도 엿보였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고위공무원 조직 상층부에서 나타나는 남성 숫자의 독과점은 남성들의 네트워크가 공유하는 여러 정보, 자원을 여성들이 함께 공유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와 인터뷰를 한 3급 공무원 정모(47·여)씨는 "남녀가 서로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을 할 수 없다"면서 "승진심사도 모조리 남성들이 하고 여성들은 할당이 아니면 거의 승진을 못 한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간 경우가 적어서 여성들끼리는 롤 모델도 잘 없다"고 토로했다.

2018년 3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박모(54·여)씨는 "승진할 수밖에 없는 좋은 일, 성과가 확실한 중요한 과제는 남자에게 몰아주는 게 내 눈에도 보였다"면서 "회의하다가 잠깐 쉴 때 담배 피우면서나 퇴근 후에 2차, 3차 술자리 가서 이런 게 결정되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못 듣는 고급 정보도 오간다.

한 번은 3차에 혼자 따라갔다가 다들 불편해하는 눈치가 보여 바로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유리절벽은 조직과 주변의 편견, 고정관념이 지속되고 강화될 경우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2급을 끝으로 퇴직한 김모(58·여)씨는 "공무원 조직이 때로는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데 여성이라 하면 조직정치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미리 짐작하기에 주변에서 당연히 정무감각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고위직에 아무리 많은 여성이 올라가더라도 유리절벽으로 떨어지는 여성 숫자가 많으면 상황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고위공직에 여성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고 고위공무원의 경우 여성의 신규 임용이나 승진문제와 함께 사직이나 퇴직문제도 신경 써야 할 시점에 왔다"면서 "여성 현원 관리와 근무실태, 퇴직통계와 원인에 기초한 인사정책과 관리방식이 장기적으로 다양하게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