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수당을 준다는 말에 속아 사기범에게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청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에서 주장하는 규정 위반 사례가 아닌 데다 피고인이 범행을 알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대였던 2019년께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수입대행업체 직원을 사칭한 남성 B씨로부터 "임시 사업자를 통해 판매금액을 정산받아 세금 감면을 하려는데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수당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그에게 통장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방식으로 계좌번호를 알려준 A씨는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990여만원 중 8만원을 갖고, 나머지를 B씨 지시에 따라 다른 계좌에 입금했다.
이 돈은 그러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익금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B씨가 A씨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며 탈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A씨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김성준 부장판사는 그러나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임시사업자를 통해 거래해 세금 감면을 받고자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출금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 금융실명법에서 규정한 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법 재산 은닉이나 자금 세탁 등을 막으려는 금융실명법을 억지로 적용해 A씨 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김 부장판사는 "B씨는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A씨 계좌를 이용하려고 A씨에게 세금 감면에 대해 말했을 뿐 애초부터 (B씨에겐) 세금 관련 탈법 행위의 목적이 없었다"며 "A씨가 B씨의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알았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도 없는 만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