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 고교, 사복 외투 입었다고 복장불량 징계 논란
도교육청, "학생 건강권 반영되도록 생활인권규정 안내"

"아침 등굣길이 너무 추워서 교복 위에 외투를 입었다가 '복장불량'으로 벌을 받았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간절기에 얇은 셔츠와 조끼 한 장만(춘추복) 입으라는 데…"
아침저녁 쌀쌀한 간절기에도 "외투는 안돼"…지나친 교복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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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A고교는 지난 12일부터 춘추복 착용을 시작했다.

이 학교 춘추복 상의는 와이셔츠(블라우스)와 니트 조끼, 넥타이, 바지(치마)가 전부로, 외투는 없다.

여기에 캐시미어 재킷만 하나 걸치면 '동복'이 된다.

얼마 전 이 학교 B군은 춘추복이 너무 추워 그 위에 사복 점퍼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지도 교사에게 적발돼 일정 시간 반성하는 '성찰시간' 이라는 벌을 받았다.

그는 "지도 선생님에게 '추운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너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받았다"며 "벌과 경고가 쌓이면 선도위원회에도 회부될 수 있는데, 추워서 옷을 입은 게 뭐가 잘못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4월 첫째, 둘째 주보다 셋째 주 아침이 더 추웠고,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온도도 서로 다른데 기간을 정해 일률적으로 동복, 춘추복, 하복을 입으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침저녁 쌀쌀한 간절기에도 "외투는 안돼"…지나친 교복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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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복 규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A고 관계자는 "동복 착용 규정에는 방한 외투(사복)를 착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춘추복 규정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다 보니 생활지도 교사가 지적했던 것 같다"며 "학생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 환절기 교복 겉에 사복을 착용했다가 학생과 교사가 갈등을 빚는 것은 비단 A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에는 이와 유사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도내 700개 학교 중·고교생 1만1천1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6.6%는 '학교가 추운 날씨에 교복 위에 외투를 입지 못 하게 한다'고 답했다.

아침저녁 쌀쌀한 간절기에도 "외투는 안돼"…지나친 교복 규정
이창휘 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일선 학교나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선도되는 사례도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거의 매년 이와 유사한 민원이 도교육청으로 접수된다"며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교복을 그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일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옹호관은 "교복 착용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학생의 건강권"이라며 "학생 스스로 계절에 맞는 교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에 학생의 개성실현권과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편안한 교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권규정 개선안을 정기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학교 생활인권 담당 교사에 대한 연수 등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