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는 있을지 몰라도 오역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이것은 완벽한 번역이라고 자부합니다.

"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이자 프랑스어에 능통한 언어학자이면서 소설가인 고종석(62)이 20일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스테디셀러 '어린 왕자'(삼인 출판사)를 새롭게 번역해 펴내면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고종석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본(異本)만 백수십 종에 달한다는 '어린 왕자' 한국어판에 굳이 하나를 더 보탠 이유로 "지금까지 나온 번역본들과는 전혀 다른 '한국어 결정판'"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원서와 원어에 충실하게 번역했고, 문장부호도 갈리마르 판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 문학의 서사 방식을 따라 대화와 지문을 문장 안에서 분리하지 않되, 한국 독자들이 낯설어하지 않도록 글자 색을 다르게 해 둘을 구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별들', '바다들'처럼 우리말에선 어색할 수 있는 경우에도 복수 접미사 '들'을 일부러 빼지 않고 표기하고 경어와 평어 구분 역시 원문을 충실히 따랐다고 한다.

'어린 왕자' 번역판 낸 고종석 "완벽한 번역 자부"
고종석은 '어린 왕자'가 자신에게 평생 '아편' 같은 존재였으며, 자신뿐 아니라 '어른들의 아편'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종교가 민중의 아편이고, 마르크스주의가 지식인들의 아편이라면, '어린 왕자'는 어른들의 아편이다.

수억의 어른들이 '어린 왕자'에 '길들었다'"고 말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배경에 대해선 이런 분석을 내놨다.

"사실 '어린 왕자'의 선악 이분법 세계관에는 동조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힘든 현실을 떠나 환상에 빠져 살고 싶은 게 사람들 마음 아닌가요? (웃음)"
지난 2017년 말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다행히 회복한 그는 "아직 완전하지는 않고 말이 약간 어눌하다.

그래도 길지 않은 글을 쓸 정도는 되니, 죽기 전까지 계속 글은 쓸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왕자' 번역판 낸 고종석 "완벽한 번역 자부"
/연합뉴스